‘성소수자 부하 성폭행’ 해군 대령, 대법서 징역 8년 확정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022년 3월 서울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성폭력 혐의 해군 함장 등 장교 2명에 대한 상고심 선고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윤중 기자

성소수자인 부하 여군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해군 대령(남성)이 유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군인 등 강간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해군 대령 C씨의 파기환송심 상고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사건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해자 A씨는 당시 해군에 갓 임관한 초임 장교였다. A씨는 직속 상관인 B씨(당시 소령)와 함장 C씨(당시 중령)에게 잇달아 성폭행을 당했다. B씨는 2010년 9월부터 11월까지 A씨를 수차례 성추행하고 두 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 진술에 따르면 B씨는 A씨가 성소수자인 것을 알고도 “남자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며 본인의 행위를 정당화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임신한 A씨는 C씨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중절 수술을 받았는데, C씨는 상담을 빌미로 A씨를 협박해 또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던 A씨는 2017년 성폭행 사실을 신고했다. 이듬해 1심은 B씨와 C씨에게 각각 징역 10년형, 8년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같은해 고등군사법원에서 열린 2심은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고 범행 당시 피고인이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군검찰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

그로부터 약 3년이 흐른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선 재판부별로 각기 다른 판단을 내놓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상고를 기각해 B씨의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반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A씨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C씨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했다. C씨는 지난 2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이 이날 C씨 측 상고를 기각해 판결이 확정됐다.

A씨를 지원해온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대법원 선고 결과를 환영하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공대위는 이날 입장문에서 “두 명의 가해자 중 한 명만이 유죄로 인정됐다”면서도 “성폭력 피해로부터 13년, 성폭력 피해를 고소한 지 6년 동안 싸워 이뤄낸 값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