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돌봄’ 전담하는 ‘늘봄교사’ 만든다는데···실효성 미지수
교원단체들 “학교는 교육기관···실현 가능성 낮아”
교육부가 초등 늘봄학교 인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늘봄교사’ 방안이 시작도 전에 반발에 부딪혔다. 교과 교사들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인데 학교의 돌봄 기능만 부각하고 필요한 학교에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실효성이 낮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7일 ‘초등돌봄 대기 해소와 2학기 늘봄학교 정책 운영 방안’을 발표하며 초등 늘봄학교의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늘봄교사’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진로·진학 상담교사처럼 늘봄 담당 교사제를 확립해 늘봄을 전담시키겠다”며 “(새로운) 비교과 교사 체제를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늘봄학교가 시행으로 학교의 돌봄 기능이 확대하면서 학교에 필요한 돌봄 인력은 크게 늘었다. 돌봄전담사만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돌봄을 충당할 수 없게 되자 자원봉사자, 학부모에 교과 수업을 맡는 교사까지 동원됐다. 돌봄 관련 행정업무도 교과 교사의 몫이 됐다.
교육부는 돌봄 업무를 담당할 새 비교과 교사 직군인 늘봄교사를 만들어 교사의 부담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늘봄교사를 채용하면 임용적체를 일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올해 기준 초등 임용 인원은 3561명인데, 교육부가 배치 대상으로 보고 있는 초등학교는 전국 4000여개다.
김태훈 교육부 교육복지돌봄지원관은 18일 기자와 통화에서 “늘봄교사는 교과 교사들이 퇴근한 이후에도 공교육 체제의 중심이 되는 교사들이 방과 후 과정이나 돌봄교실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신규교사를 더 채용할 수 있고, 기존 교사에게 부담이 전가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올해 하반기에 늘봄학교지원특별법을 제정해 법적 근거를 갖추고, 자격 요건과 배치 기준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교원단체는 늘봄교사로 인해 돌봄이 학교의 공식 역할로 자리 잡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학교의 우선 역할은 ‘교육’이라는 것이다.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학교에서 어느 정도의 돌봄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물리적인 역량과 여건이 제한돼 학교에 너무 많은 기능을 넣기 시작하면 중요한 기능들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늘봄교사가 모든 학교에 도입된다는 보장도 없다. 지난해 기준 비교과 교사 배치율은 보건교사 72.5%, 영양교사 63.0%, 전문상담교사 37.6%, 사서교사 15.3%로 모두 법정 정원에 미치지 못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비교과 교사로 배치한다고 하더라도 제때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지원관은 “초등학교 6000개 중 직접적인 늘봄교사 지원 대상은 4000개 정도 될 것”이라며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학교를 위주로 (늘봄교사를) 배정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주요 돌봄 인력인 돌봄전담사들의 불안정 고용에 대한 대책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성준 공동대표는 “늘봄교사는 실현 가능성이 낮고, 돌봄전담사들의 고용을 안정화하고 전문성을 늘리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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