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은 양자연구의 ‘젊은피’…반도체 기술을 추진 동력으로 활용하라”
“반도체 기술 기반한 협력으로 시너지 만들어야”
“연구자가 자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문화도 필요”
양자 과학과 양자 기술의 후발주자인 한국이 선도국을 따라잡고 두각을 보이려면 국제 협력을 통해 젊은 연구자를 육성해야 한다는 해외 전문가들의 조언이 나왔다.
톨스텐 슈베데 스위스 바젤대 연구부총장과 조너선 홈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ETH) 교수는 18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린 ‘양자 기술의 시대 어떻게 맞을 것인가’ 포럼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이날 행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주한스위스대사관이 공동 주최한 ‘한-스위스 혁신주간 행사’에서 두 나라 양자 연구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스위스는 양자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강국으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 일정 중 아인슈타인의 모교인 취리히 연방공대를 찾아 양자 기술 분야 석학들을 만난 것도 양자 연구 분야에서 스위스의 위상이 그만큼 높다는 점에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의 방문으로 한국과 스위스는 향후 양자 기술 연구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양자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정하고 본격 육성을 선언한 한국 입장에서는 선도 국가의 기술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기회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스위스의 양자 전문가들은 양자 기술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탄탄한 기초과학을 바탕으로 하는 연구 문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슈베데 부총장은 “스위스가 양자 기술 강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것은 20년 전부터 양자 기술과 관련된 나노, 재료, 광학 분야의 기술을 축적했기 때문”이라며 “양자 과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이 뭉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홈 교수는 “스위스는 유럽에서 양자 기술에 대한 투자 규모가 두번째로 클 정도로 정부 차원에서 많은 지원을 하고 있지만, 연구 방향성이나 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며 “연구자들이 가장 강력하고, 영향력 있다고 생각한 분야에 자원을 투자할 수 있는 문화가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국제 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정부는 국제 협력을 강화해 선도국의 양자 기술 수준을 따라잡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미 미국, 유럽연합(EU)과 연구 협력을 맺고 공동 연구 센터를 설립했다. 총 10곳의 공동 연구센터를 통해 공동 연구, 연구자 교류를 지원할 예정이다.
홈 교수는 “스위스도 최근 유럽 국가들과 연구 협력을 다시 확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스위스와 유럽 국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그동안 중단했던 공동 연구를 다시 시작하고 있다. 국가간 협력뿐 아니라 구글, 아마존, IBM 같은 기업들과도 교류를 확대할 방침이다.
슈베데 부총장은 “오늘 현장에 와보니 한국이 개방적이고, 다양한 연구 문화가 있는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한국은 양자 기술 후발주자가 아닌 ‘젊은 국가’로, 국제 협력에서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젊은 과학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문화는 국제 협력에서 아주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이 가진 반도체 기술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슈베데 부총장은 “전체적인 과학기술 수준을 보면 한국과 스위스 사이에 큰 차이는 없지만, 특정 장치를 다루는 노하우는 크게 다르다”며 “반도체가 대표적인데, 스위스는 반도체 기술이 상대적으로 약해 양국의 협력으로 서로 강력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력 양성에 대해서는 더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자 기술 연구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계획해야 하는 만큼, 전문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산업계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홈 교수는 “양자 산업은 당장 사업성이 없어 기업들이 투자하기 어려운 만큼 도전적인 연구를 계속 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양자 기술에서 혁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구자들에겐 자율, 기업에겐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똑똑한 증여] “돌아가신 아버지 채무 6억”… 3개월 내 ‘이것’ 안 하면 빚더미
- [단독] ‘티메프 사태’ 류광진 티몬 대표 100억대 방배동 건물 가압류
- 국민주의 배신… 삼성전자 미보유자 수익률이 보유자의 3배
- 특급호텔 멤버십 힘주는데... 한화, 객실 줄인 더플라자 유료 멤버십도 폐지
- “진짜 겨울은 내년”… 세계 반도체 장비 공룡들, 대중 반도체 제재에 직격타
- 오세훈의 ‘미리 내 집’ 경쟁률 50대 1 넘어… 내년 ‘청담르엘·잠래아’ 등 3500가구 공급
- 中 5세대 스텔스 전투기 공개… 韓 ‘보라매’와 맞붙는다
- 배터리 열폭주 막을 열쇠, 부부 교수 손에 달렸다
- 사람도 힘든 마라톤 완주, KAIST의 네발로봇 ‘라이보2’가 해냈다
- '첨단 반도체 자립' 갈망하는 中, 12인치 웨이퍼 시설 설립에 6조원 투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