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EU가 지적한 '노선 중복'…어떻게 해결할까?

김동현 기자 2023. 5. 1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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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EU, 중간심사보고서 통해 합병에 대한 부정적 의견 제시
대한항공, 합병 승인 위해 상당수 운수권·슬롯 포기 예상
EU 불허시 합병자금 1조원 회수 난항…승인 총력전 예고

[서울=뉴시스]대한항공 보잉787-9의 모습.(사진=대한항공 제공)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유럽연합(EU) 집행위원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은 것과 관련 대한항공은 영국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얻어낸 경험을 바탕으로 최종 승인을 끌어낸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2월부터 진행 중인 2단계 심사(Phase 2)를 위해 이미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등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중복 노선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EU 집행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만큼 대한항공은 새로운 방안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합병 승인을 얻는 대가로 두 항공사의 중복 노선 운수권과 슬롯(특정 시간대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 중 상당수를 유럽에 기반을 둔 외항사로 넘길 수 있다.

EU, 중간심사보고서 통해 합병에 대한 부정적 의견 제시

EU 집행위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할 경우 시장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중간 심사보고서(Statement of Objections·SO)를 대한한공 측에 통보했다.

집행위는 심층 조사 결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4개 노선에서 승객 운송 서비스 경쟁이 위축될 수 있고 유럽 전역과 한국 간 화물 운송 서비스 경쟁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양사 합병 이후 이 4개국 노선에 대한 일반 승객 운송과 화물 운송 서비스 운영에서 독점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포함되지 않는 등 중복 노선 해결 방안이 부족하다는 것이 EU 집행위의 기본 입장이다.

일각에선 대한항공이 유럽행 주요 4개 노선의 슬롯 일부 반납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직항 노선에 국내 항공사의 신규 취항 또는 증편을 제안했지만 EU 측에서 이를 거부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들린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한 2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양사 항공기가 주기돼있다. 2022.02.22. jhope@newsis.com

대한항공, 합병 승인 위해 상당수 운수권·슬롯 포기 예상

EU의 부정적 견해 발표 이후 대한항공은 "EU의 중간심사보고서는 2단계 기업결합 심사 규정에 의거해 진행되는 통상적인 절차"라며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답변서 제출 및 적극적인 시정조치 논의를 통해 최종 승인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선 EU가 합병으로 인한 독점 문제에 대해 시정 조치를 요구한 만큼 'EU 심사의 축소판'으로 통하는 영국의 기업결합 심사와 마찬가치로 대한항공이 이전에 제시한 방안보다 더 강력한 규모로 운수권과 슬롯를 내줄 수 있다고 본다.

영국 심사에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의 인천~런던 노선 운수권과 슬롯을 영국 버진애틀랜틱에 넘겼다. 아울러 양사가 런던 히스로 공항에 보유하던 주당 17개의 슬롯 중 7개를 넘긴 끝에 결합심사 승인을 받은 바 있다.

이를 고려할 때 EU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얻어내려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유럽 운수권과 슬롯 중 50% 가량을 외항사에 내줄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EU 불허시 투자금 1조원 회수 난항…승인 위해 총력전 예고

대한항공이 이 같은 수정안을 제출하더라도 EU가 또다시 합병을 불허할 가능성도 있다. EU는 2021년 캐나다 1·3위 항공사의 합병과 스페인 1·3위 항공사 합병을 '독과점 우려'를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다.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랜젯의 경우, 유럽 중복 노선이 30개를 넘었는데 신규진입항공사 물색 및 중복노선 해결책을 EU에 제시하지 못해 합병을 포기했다. IAG와 3위인 에어유로파도 독점 문제 보완 요구를 해결하지 못해 끝내 합병을 철회했다.

만약 EU가 합병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은 무산된다. 영국을 포함해 11개국 승인을 모두 받았지만 미국, EU, 일본 중 어느 한 국가의 경쟁당국이라도 합병을 불허하면 합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대한항공 자금 운용도 꼬일 수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와의 합병 자금으로 1조원을 이미 투입했으며 향후 8000억원을 추가 투입할 예정인데 인수금으로 사용한 1조원을 되찾는데 험로가 예상된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대한항공은 EU 승인을 위해 총력전을 편다는 계획이다. 당장 국내·외 로펌, 경제분석 전문업체와 함께 경쟁당국 요구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경쟁당국의 시정조치 요구에 대해 합리적 대안과 의견을 제시한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업결합심사 완료를 위해 미국, EU, 일본 3개국 경쟁당국과 긴밀한 협의를 하고 있다"며 "2020년 12월부터 올해까지 국내·외 로펌 및 자문사 비용으로 1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하며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oj10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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