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원 활동, “긴장·전투·공부·적응 시간”
[서울&] [사람&]
하게 털어놓았다. 사진은 인터뷰에 앞서 본회의장에서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 왼쪽부터 신정태·이형준·박재
형·김지훈 서초구의원.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젊다는 것은 구의원에게 양날의 칼
참신함 기대와 경험 부족 우려 속
관행 바꾸고 제도 개선에 주저 않아
사명감·가치관 정립과 인내·체력 필요
지방선거·국회의원선거의 출마자 연령 제한이 2021년에 ‘25살 이상’에서 ‘18살 이상’으로 낮춰졌다. 낮춰진 연령 제한이 처음 적용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청년들의 기초의회 진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서초구의회엔 선거로 당선된 13명 의원 가운데 4명이 1990년대생이다. 국민의힘(김지훈·이형준), 더불어민주당(박재형·신정태) 각 2명이다. 이들은 구의회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의정활동 10개월을 맞았다. 지난 9일 서초구 양재동 서초구청 1층 오손도손 스튜디오에서 <서울&>과 만난 이들은 그간의 소회를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4명이 한자리에 모인 첫 자리이기도 했다.
의정활동 300여 일 동안 느낀 점으로 나온 단어는 ‘긴장·전투’였다. 김지훈(32) 의원은 “무대 위에 올라가기 직전의 긴장감을 항상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형준(33) 의원은 “찾아오는 주민들의 민원 해결을 위해 전투적으로 일해왔다”고 했다.
박재형(28) 의원은 ‘공부’를 꼽았다. 그는 “저녁 시간에 따로 약속을 잡지 않고 과거 의회 활동 기록부터 예산, 조례, 서초구 사업 등을 공부하며 보냈다”고 했다. 가장 나이가 어린 신정태(25) 의원은 “생각했던 것보다 쉽지 않았고 앞으로도 쉽지 않을 거라는 걸 확인하며 적응하는 시간이었다”며 ‘적응’이라는 단어를 제시했다.
그동안 이들은 조례 제·개정, 5분 발언 등에서 활발하게 의정활동을 했다. 김 의원은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에 따라 주민이 조례를 만들 수 있는 조례 제정을 끌어냈다. 박 의원은 보행 공간 확보를 위한 볼라드(차량 진입 억제용 말뚝) 설치와 관리, 이 의원은 수해 대비 안전키트 설치 등에 관한 조례 개정을 이뤘다.
5분 발언에서 신 의원은 친환경 현수막 제작 제안을, 김 의원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통합을 대비한 선제 대응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옴부즈맨 위촉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해 개선을 끌어냈다.
젊다는 것은 구의원직 수행에 어떻게 영향을 줬을까? 이들은 긍정과 부정 반반이라고 입 모아 말했다. 이 의원은 “참신함에 대한 기대와 경험이 부족할 거라는 우려의 시선이 양날의 칼처럼 늘 공존한다”고 했다. 신 의원은 “젊어서 좋게 봐주는데 그게 그대로 약점이 되기도 한다”며 “건축 등 굵직한 민원들은 선배인 지역 구의원들에게 주로 들어간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해타산을 따지기보다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바꿔야 할 것은 바꾸자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등원 뒤 똑같은 자료를 본회의장, 상임위원회장, 의원실 등 공간마다 놓아두는 것에 물음표를 던졌다. 서초구의회에서 이제는 자료 출력은 한 번만 하고 이동 때마다 들고 다닌다.
박 의원은 의장과 상임위원장 등을 뽑을 때 투표 결과가 동률이면 연장자로 정하는 규칙에 의문이 들었다. 국회와 서울시의회에서는 관련 사안이 일어나면 추첨하는 안이 제안된 것을 확인했다. 그는 “연장자라서 더 잘 수행한다는 판단이 합당한지에 대해 의견을 모아보고 추첨 등 대안을 찾아보려 한다”고 했다.
청년 입장에서 구의원직을 잘해내기 위해서는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 김 의원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 주민의 삶이 더 나아지는 데 이바지한다는 마음가짐, 즉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정답이 없는 것을 끊임없이 결정해나가야 한다”며 “어떤 결정이든 반대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본인의 가치관을 정립해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신 의원은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의견을 들고 설득해야 하기에 인내심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앞선 의원들의 의견에 체력을 보탰다. 이 의원은 “지역 민원이 워낙 많다 보니 체력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원래 운동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아침 일찍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이 앞으로 좀더 관심을 두고 의정활동을 하고 싶은 분야는 청년, 어린이·어르신, 환경이었다. 기업체 취업 경험이 있는 박 의원은 “서초구의 청년지원 사업이 실효성이 있도록 역할을 해보고 싶다”며 “유엑스(UX, 사용자 경험 토대 문제 해결) 디자이너로서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해 청년 취업을 돕는 재능기부부터 시작하려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어르신 복지 증진과 보육환경 개선을 같이 해나가는 모델을 제시해 서초구에 적용해보고 싶어 한다. 그는 “저출생이 심화해가는데 지역에 어린이집이 5곳이나 생기는 등 행정이 뒤늦게 따라가는 상황이다”라며 “행정이 전향적으로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는 정책을 펴도록 의정활동을 하려 한다”고 했다.
신 의원은 서초구 행정에 이에스지(ESG, 환경·사회·거버넌스)를 접목하는 데 관심이 많아 생활밀착형 사업으로 추진될 수 있게 역할을 할 계획이다. 그는 “주택가에 전기차 완속 충전기가 더 많이 설치될 수 있게 제안해보려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재개발·재건축 등 지역 숙원사업이 이뤄질 수 있게 서울시·서초구 직원들과 면담 자리를 만들어주는 등의 다리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청년지원사업 대상 연령 확대에도 힘을 쏟고 싶어 한다. 그는 “서울의 다른 자치구에서 이미 실시 중”이라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조례를 개정해 대상 연령을 45살로 높일 계획”이라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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