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 "연차쓰고 집회에? 준법투쟁, 의사들 코웃음 칠 나약한 싸움"

간호사 커뮤니티서 비판 목소리 "총파업 없인 간호법 통과 안 돼"

간호법 거부권 범국민규탄대회를 하루 앞둔 18일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회관에서 관계자가 익일 규탄대회에 쓰일 피켓 등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2023.5.1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경기=뉴스1) 배수아 기자 =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해 간호사들이 단체행동을 예고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만 실제 의료 현장에선 '나약한 투쟁'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8일 간호사 커뮤니티인 '너스케입'에는 '투쟁이 힘이 없으니 너무 답답하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너스케입'은 간호사와 간호학생임을 인증해야만 가입이 가능한 국내 최대 간호사 커뮤니티다.

해당 글 작성자는 "연차내고 집회 참여, 각자 알아서 자기 업무 아닌 일 거부하기, 제가 의사라도 코웃음 칠 나약한 투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간호사협회 주도하에 총파업정도 하지 않는 이상 절대 간호법 통과 안됩니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공감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익명의 한 댓글 작성자는 "연차내고 집회 참여하라니 진짜 어이없다"며 "듀티가 한 달 단위로 나오고 오프도 한 달전부터 받는데 연차를 쓰게 해주냐 병동 인력 안돌아가서 난리"라고 말했다.

댓글에는 '준법투쟁'이 아닌 '총파업'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다른 댓글 작성자는 "왜 총파업 안한다고 하는 건지도 이해 안간다"며 "지금껏 불법으로 해왔던 일들을 갑자기 하지 말라고 하면 다들 당황스러운데 이럴거면 아예 파업을 해버려야 한다"고 썼다.

또 다른 댓글 작성자도 "연차쓰고 참여 이런거 아무도 관심없다"며 "그나마 총파업 아니면 다른건 답 없다"고 공감을 표했다.

댓글 중에는 "좋게말해 간호사들은 너무 착하다 집요하고 유구하게 가스라이팅 당해온 집단다움. 간호사들끼리 조직력도 없고 내부에서 변화가 없으면 바꿀 수 있는 것도 못바꾼다"고 한탄하는 글도 있었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가운데)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회관 인근에서 정부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 관련 1차 대응방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간호협회 제공) 2023.5.17/뉴스1

경기 부천 지역의 한 종합병원에서 일한다는 익명을 요구한 간호사는 "우리 병원은 대학병원이 아니라 그런가 수간호사가 어제 우리는 이런거 상관없이 하던대로 일하자고 했다"면서 "과연 준법투쟁으로 뭘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원의 한 대학병원 간호사도 "우리는 투사처럼 하진 않고 모여서 보여주기식 정도"라면서 "정작 병원에서는 간호법 관심없고 반대여론도 많으니 적극적이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윗 사람들은 심각한 것 같다. 내일 규탄대회도 오프쓰고가야 하는데 저연차 간호사들은 많이 못 가지만 윗사람들은 다 참여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대한간호협회는 의료 현장을 완전히 떠나는 파업은 아니지만, 그동안 의시 지시로 해오던 대리수술이나 대리처방, 채혈, 초음파검사 등을 거부하고 법에 명시된 간호사의 일만 하는 '준법투쟁'에 들어가기로 했다.

의료법상 채혈은 임상병리사의 업무고 심전도나 초음파 검사도 방사선사와 의사의 업무라 간호사가 하면 불법이라는 이유에서다.

대한간호협회는 오는 19일 오후 2시부터 서울 광화문에서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총궐기대회'를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각 시도 간호사회마다 규탄대회에 참가하는 인원을 모집하고 있다. 경기도간호사회는 3000명 정도가 규탄대회에 참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