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 4개국 동시 취항 가능한 韓항공사 찾아와라”
유럽경쟁당국, 중간보고서 전달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역량 갖춘 항공사 있어야 가능
티웨이 등 국적사는 역량 부족
유럽 쪽은 수익성 낮아 무관심
유럽 경쟁당국(EC)이 양사 기업결합 승인 조건으로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연합(EU) 주요 4개국 노선에 동시 취항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한국 국적항공사에 양사가 보유한 운수권(슬롯·특정 시간대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 일부를 양도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합병 후 대한항공과 유럽 노선을 놓고 제대로 된 경쟁을 벌일 항공사가 존재해야 소비자 권익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국내 항공업계에선 양사를 제외하곤 이들 4개국 노선에 동시 취항할 역량을 갖춘 곳이 사실상 없어 대한항공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EC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Statement of Objection·SO)를 최근 대한항공에 전달했다. EC는 지난 2월부터 양사의 기업결합 2단계 심층조사를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중간보고서 성격인 이번 SO에 담긴 독과점 우려 사항 관련 시정조치안을 일정 기간 내 제출해야 한다.
아울러 이와 별개로 종합적인 독과점 우려 해소안을 담은 별도의 답변서도 오는 6월까지 EC에 제출해야 한다. EC는 이를 토대로 최종 심의를 진행해 오는 8월 3일까지 합병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쟁점은 유럽 주요 4개국 노선을 누구에게 양도할 것인지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한 국내 항공사 중에서 유럽 노선에 취항할 수 있는 대형기를 보유한 곳은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2곳 뿐이다. 티웨이항공은 에어버스의 A330-300 3대, 에어프레미아는 보잉의 B787-9 5대를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보유 대수가 너무 적어 유럽 4개국 공항 동시 취항은 이들 자체 역량으론 불가능하다.
현재 대한항공은 파리 주 7회, 바르셀로나 주 4회, 마드리드 주 3회, 프랑크푸르트 주 5회, 밀라노 주 3회, 로마 주 7회 운항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파리 주 6회, 바르셀로나 주 3회, 프랑크푸르트 주 7회, 로마 주 6회씩 각각 운항하고 있다. 예를 들어 파리 노선의 경우 합병 후 보유할 슬롯 수가 주 13회로 늘어나는 만큼 이중 일부를 제3의 국적항공사에 양도해 경쟁 체제를 확립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대한항공 측은 에어프레미아, 티웨이 측과 협상을 갖고 경쟁 구도 확립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이들 회사에 대한항공이 보유 중인 대형기 10여대를 대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 중인 서유럽까지 운항 가능한 장거리용 대형기는 각각 70여대, 40여대 수준이다. 티웨이항공은 자체적으로 대형기 20대를 확보하는 방안도 수립한 상태다.
다만 티웨이항공은 미주·유럽 노선 등 장거리 취항 이력이 없고, 에어프레미아는 미국과 노르웨이 노선에 취항했지만 업력이 6년여에 불과한 게 약점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이 국내 LCC 중 한 곳과 유럽 현지 항공사 일부에 슬롯을 각각 양도하는 절충형 방안도 해법으로 거론된다.
실제 지난 3월 영국 경쟁당국(CMA)이 양사 합병을 승인할 당시 대한항공은 런던 히스로공항 7개 슬롯을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에 넘기는 방안으로 독과점 쟁점을 풀어냈다. 이 경우 외항사가 향후 해당 노선 운항을 포기하거나 최소 기간 운항하지 않으면 국내 항공업계에 다시 기회가 돌아가게 되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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