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찾은 전두환 손자 "역사 배우고 싶어"…헌혈 시도도

"민주주의는 광주 시민 희생 덕분…기억해줬으면"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씨가 5·18민주화운동 43주기인 18일 5·18민주화운동 최초 발원지인 전남대학교를 찾았다.

전씨는 이날 오후 1시쯤 광주 북구 전남대 정문에 모습을 드러냈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들이 광주를 찾은 전씨에게 5·18민주화운동 최초 발원지에 대해 설명했고, 역사를 배우고 싶어한 전씨가 흔쾌히 가보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면서 방문이 성사됐다.

전씨가 5·18민주화운동 사적지 1호로 지정된 전남대 정문 곳곳을 살펴보자 전씨를 알아본 시민들이 다가와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전두환 손자다', '사죄하는 모습 너무 보기 좋아요', '용기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응원합니다'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고, 전씨 또한 '감사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정문을 거쳐 대학교 내부로 들어선 그는 박관현 언덕~윤상원 숲~김남주 뜰~교육지표마당~벽화마당~전남대 5·18광장~박승희 정원~용봉관을 거쳐 다시 정문으로 돌아오는 코스인 '정의의 길(1.7㎞)을 차례로 둘러봤다.

기념재단 관계자의 설명에 귀를 쫑긋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되묻기도 하고 한동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관계자에게 "엄청 잘 알고 계신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하고, "자세히 알려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도 꺼냈다.

자유롭게 학교 곳곳을 둘러보던 전씨에게 학생들이 사진과 대화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흔쾌히 사진을 찍고 자연스레 대화를 이어가며 감사의 뜻을 내비쳤다.

한 시민은 본인도 같은 '전씨'라며 그에게 다가왔고 3분 가량 대화를 하기도 했다.

전씨는 5·18 당시 부상자들을 돌보기 위해 피가 부족하면 기꺼이 헌혈에 나섰다는 설명을 듣고, 학교 내부에 있는 헌혈차로 들어가 헌혈을 문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건강 문제로 불발됐다.

전우원씨는 박승희 열사 합동분향소도 찾았다. 박승희 열사는 노태우 군부독재 폭력에 쓰러져간 강경대 열사의 죽음에 항의하기 위해 스스로 몸에 불을 질렀다. 그는 박승희 열사 기록집을 살펴보고 열사의 사진을 유심히 보기도 했다.

1시간 가량 전남대를 둘러본 전우원씨는 "5월의 정신이 시작된 곳이 전남대학교라고 생각한다"며 "역사적 상징성이 있는 곳에 와 너무 감사하고 정신을 계승 받아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광주 시민분들의 목숨을 건 희생 덕분"이라며 "오늘 만큼은 국민들이 5·18민주화운동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우원씨는 이날 오전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을 깜짝 방문했다.

그는 이한열 열사, 백남기 농민, 위르겐 힌츠페터 비석 앞에서 참배했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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