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정원 확 늘린 간호학과…18년째 ‘제자리 걸음’ 의대와 비교되네
간호학과 정원 총 3만명 규모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18년째 제자리
정부·의사협회, 첨예한 갈등
정부가 간호인력 확대를 위한 내년도 전국 4년제 간호대와 전문대 간호학과 입학생을 725명 추가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간호대 정원은 총 3만명 규모로 늘어난다. 정부는 당분간 간호사 증원 추세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의사 확충을 위한 의대 입학 정원 확대는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연간 의대 입학 정원은 2006년부터 18년 가까이 3058명으로 유지되고 있다.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에서 전문의 부족 사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의사 단체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현재의 고교 2학년이 대학을 들어가는 2025학년도 입시에 512명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정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간호사 年 3만명 배출…전국 간호대 정원 확대 절차 마무리
18일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학년도 4년제 대학 39곳의 간호학과 정원은 410명, 전문대 85곳의 간호과 정원은 315명이 늘어난다. 정부는 애초 4년제 대학의 경우 증원 규모를 385명으로 정했다. 하지만 일부 대학이 반납한 정원 25명을 추가해 410명으로 규모가 늘어났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3학년도 기준 4년제 대학 간호학과 정원은 1만703명, 전문대는 1만2084명으로 총 2만2787명으로 나타났다. 이번 입학 정원 확대로 정원은 2만3512명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농어촌학생, 특성화고교 졸업자을 대상으로 하는 정원 외 특별전형 인원도 약 6000명으로 나타나 전체 정원은 총 3만명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간호학과를 포함한 보건의료학과 정원은 복지부가 규모를 정해 교육부에 전달하면 지역과 대학별 상황을 고려해 배분된다.
복지부는 간호 수요를 고려해 당분간 한시적으로 간호대학 입학 정원은 늘려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3년이 걸리는 간호학사 편입 과정도 2년으로 단축해 연간 1000~2000명 간호사를 확충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하반기 간호인력 수급위원회를 구성해 간호대학 입학정원 확대를 지속해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복지부와 교육부, 대한간호협회와 병원, 시민단체, 학계로 구성한다.
의료계 일각에선 간호사 인력 확대가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매년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를 줄이지 못하면 인력 확대가 사실상 유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간호사 이직률은 15.2%다. 대한간호협회는 신규 간호사 14.5%가 입사 후 1년도 안 돼 현장을 떠난다는 통계를 내놓기도 했다. 국립대 병원은 더 심각하다. 2년 내 이직하거나 퇴사하는 비율이 평균 60%에 달한다.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도 최근 간호법안 관련 브리핑에서 “간호사의 이직률이 굉장히 높다”며 “다른 직종군과 비교해 3배 정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들은 간호 인력 확충을 위해 그야말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취업 후 일정 기간 일한 뒤 휴직한 뒤 복귀하거나, 병원 간 이직이 잦은 문제 해결하기 위해 개선점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간호사 늘면 뭐하나…의사 입학 정원은 18년 넘게 ‘동결’
매년 증가 추세인 간호대 정원과 달리, 한 해 입학하는 의대생은 2006년부터 18년째 3058명을 유지하고 있다.
복지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나선 것은 처음이 아니다. 주기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해 왔지만, 의사단체 반발로 입학생은 더 늘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창기인 2020년 정원 확대를 추진하다가 전공의 파업과 같은 반발로 무산됐고, 코로나19가 안정기에 접어들면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올해 1월부터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논의 중이다. 하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까지 8차례에 걸쳐 의료현안 협의체 회의를 진행했지만, 비대면 진료 시행 원칙만 내놓았을 뿐이다. 대학 입학 정원 확정이 매년 4월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합의에 이르더라도 2025년도 입시에 반영될 전망이다.
의사단체와 정부의 생각은 첨예하게 갈린다. 복지부는 계속해서 의대 정원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지만, 의협은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의협은 의대 정원을 늘려도 비필수 진료과목으로 몰려 필수 의료 확충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의사 수급난에 시달리는 소아청소년과와 같은 의사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일이 편하고 수입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의사만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전국지방자치단체와 포스텍(포항공대)과 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같은 학계가 의사과학자 양성을 목표로 추진 중인 ‘공공의대’ 신설 역시 의사단체 반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공의대 신설 역시 의대정원과 직결하는 사안이다. 의사단체는 공공의대 신설이 거대 공룡 병원 설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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