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위험군 152만명… 50대 가장 ‘위험’

김경은 기자 2023. 5. 1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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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예방 기본계획 최초 수립
복지부 표본조사 결과 전체 인구의 3%
청년 정서불안, 중장년 경제, 노인은 건강문제 “가장 힘들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정부가 처음으로 ‘고독사(孤獨死)’ 사망자 수를 줄이는 기본계획을 내놨다. 오는 2027년까지 전체 사망자 100명당 고독사 사망자 수를 현재보다 20% 줄인다는 목표다.

고독사란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혼자 홀로 살다가 자살·병사 등으로 인해 임종을 맞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발견되는 죽음을 뜻한다. 법률상 고독사 요건은 ①가족·친척 등 주변인과 단절돼 혼자 살다 ②자살·병사 등으로 숨지고 ③시간이 지나 시신이 발견되는 경우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18일 브리핑을 열고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에는 고독사 고위험군을 발굴해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연계 지원하고, 정보통신(IT) 기술을 활용해 주거지 내 위기 징후를 조기에 포착한다는 방침이 담겼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거론했던 도심 노인친화형 공동주택 사업에 대해서는 하반기 중 발표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1월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을 찾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게 복지의 기본 출발이라고 했다.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정부가 최초로 벌인 고독사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고독사 숫자는 총 3378건이다. 2017년 2412명에서 최근 5년간 연평균 8.8%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부산, 경기 등에서 많이 발생했다.

고독사 위험은 고령층보다 중장년층, 특히 50대에서 가장 높았다. 성·연령별로 50~60대 중장년 남성이 가장 많은 52.1%를 차지했다. 발생 장소는 주로 주택, 아파트, 원룸순으로 나타났다. 고령자일수록 사망률이 높지만 고독사 위험은 중장년이 더 컸다.

1인 가구 중 고위험군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대가 33.9%였다. 70대 이상(16.2%)의 2배 이상이다. 60대(30.2%), 40대(25.8%)도 70대보다 높았다. 19~29세는 9.7%, 30대는 16.6%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장년층이 건강관리와 가사노동에 익숙지 않은 점과 실직·이혼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급격히 감소할 수 있다는 사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고독사 실태 조사와 별개로 정부는 지난해 11~12월 전문조사기관에 의뢰해 전국의 1인 가구 표본조사를 실시했다. 그에 따라서 고독사 위험군 실태 파악도 함께 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자인 9471명의 21.3%인 2023명이 고독사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이를 전국의 1인 가구 수 717만명으로 적용할 경우 우리나라의 전체 고독사 위험군은 약 153만명으로 추정된다.

2021년 기준 전체 사망자 100명당 고독사 수는 1.06명이다. 정부는 이를 2027년까지 0.85명으로 20% 감소하는 걸 목표로 세웠다. 이장·통장·반장, 지역 노인회, 부동산 중개업소 등 인적 안전망을 활용해 일상에서 고독사 위험군을 찾아낼 방침이다. 누구나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모바일 앱 등 간편 신고 체계도 갖추기로 했다. 다세대 주택, 고시원 밀집 지역 같은 고독사 취약 지역을 대상으로 위험군 발굴 조사를 하고, 고독사 위험 정도를 판단하는 데 도움될 수 있는 고독사 위기점검표와 자가진단 체크리스트도 아울러 개발할 방침이다. 고독사 실태 파악 주기는 현행 5년에서 1년으로 줄인다.

정서 불안과 경제난을 겪는 청년, 경제·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는 중장년, 건강이 악화한 노인 등 생애주기별 위기요인이 다르다. 이번 조사에서 1인 가구 중 중장년층(40~60대)은 ‘경제적 문제’(39.1%)를, 청년층(19세~30대)은 ‘정서불안’(42.8%)을, 노인층(70대 이상)은 ‘건강문제’(30.4%)와 ‘정서불안’(27.9%)을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복지부는 이날 발표한 기본계획에서 세대별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고독사 위험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청년층에 대해서는 정서·취업 지원을, 중장년층에는 건강관리·안전·가사·재취업·사회관계 관련 서비스를 각각 제공한다. 노인층에게는 의료·건강관리·돌봄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기일 제1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고독사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과 단절된 채 생애를 마감하는 매우 안타까운 사례”라며 “혹시라도 생활하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분들이 계시다면 지금 잠시 잊고 있던 가족이나 친구에게 연락을 하는 것도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고독사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시신이 발견되는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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