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실업 북미공략 ‘빨간불’...중남미 실적 악화
美시장 집중 전략이 오히려 독이 돼
지난해 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설립 이래 최고 실적을 올린 한세실업이 올 들어 부진한 모습이다. 한세실업의 최대 매출처인 미국 내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그 영향으로 신규 수주가 급감한 탓이다.
특히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취임 이후 공을 들여온 중남미 공장의 수주가 부진하면서 업계에서는 한세실업의 해외 전략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
18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한세실업이 지난 15일 발표한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3%나 하락한 410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6.7% 감소한 359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올리며 사상 처음으로 2조원 클럽에 합류한 한세실업의 성장세가 큰 폭으로 꺾인 것이다.
국내 패션업체 대부분이 올해 작년보다 저조한 성적을 받고 있지만, 한세실업의 부진은 미국 경기 침체 장기화와 맞물려 그 영향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 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세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의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매출의 97%가 해당 부문에서 발생한다. 그 중에서도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라 미국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미국 경기가 나빠지면 수익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세실업 관계자 역시 1분기 실적에 대해 “의류 업체들의 과재고 상황 지속으로 신규 오더 수주가 전년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한세는 매출처를 다변화 해 안정성을 꾀하기보다는 미국 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을 설정·실행해 왔다. 실제로 지난 2017년 한세실업 대표이사에 취임한 김익환 부회장은 ‘한세2.0’이라는 비전을 발표하고 중남미에 공장을 추가해 생산기지를 다변화하는 투자를 단행했다.
해당 지역은 미국과 지리적으로 근접해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고 각종 무역 혜택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지난 2017년에는 아이티, 지난 2022년부터는 과테말라에 수직계열화를 위한 원단 공장 투자를 진행 중이다.
반면 기존의 생산 거점이었던 베트남은 규모를 대폭 줄였다. 2021년 1만3000명이던 베트남 법인 직원 숫자는 올 3월말 7700명이 됐다. 2년 만에 생산 인력을 절반으로 축소시킨 것이다.
그러나 중남미 법인들의 성과는 기대 이하다. 지난해 1분기 87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아이티 법인은 올해 1분기 매출이 64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24억원의 매출을 올린 과테말라 법인은 올해 19억원으로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김 부회장의 글로벌 전략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중남미 공장이 물류비용 절감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데 반해, 인건비나 인력의 숙련도 등은 동남아 공장에 비해 경쟁력이 낮아서다. 투자 대비 효용이 높지 않다는 것. 특히 미국 시장을 위한 생산기지 다변화보다 매출처 다변화가 더욱 시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세실업 관계자는 “중미 생산 기지의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발주와 생산에 소요되는 기간을 8~9주 줄일 수 있어 기민하게 시장 대응이 가능하며, 중미의 무역 혜택 프로그램을 활용할 경우 아시아에서 생산해 소싱하는 것과 비용적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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