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장관, 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음모론 편드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자신의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건설노조 노동자 분신사건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한 데 대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무장관의 무게감이 불러올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할 때 사려깊지 못했다는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국토부의 공식입장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지난 1일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3지대장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원 장관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혹시나 (민주노총이)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라고 적었다. 즉 검찰조사를 앞둔 양 지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각본을 짜고 계획을 실현함으로써 건설노조가 투쟁의 동력을 얻으려 한 게 아니냐는 얘기다.
양 지대장의 죽음을 ‘짜여진 각본’으로 판단한 근거는 조선일보의 보도다. 조선일보는 17일자 지면에 <분신 노조원 불붙일 때 민노총 간부 안 막았다>라는 단독기사를 실었다. 양 지대장이 분신할 당시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부지부장 A씨가 2m거리에서 그의 죽음을 지켜만 봤다는 내용이다.
원 장관은 평소 SNS에 단정적인 표현을 많이 쓴다. 국토부의 정책 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현안에 대해서도 꾸준히 글을 올리는 편이다.
그는 그러나 이번 게시글에서는 ‘사실이라면’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조선일보 보도만을 근거로 한 인간의 죽음을 놓고 또다시 ‘건폭몰이’를 했다가 자칫 뒤탈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원 장관은 제 34회 사법시험을 수석으로 합격하고, 짧은 기간(3년)이지만 검사생활을 했던 법조인 출신 정치인이다.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이라는 전제를 달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방식은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 가장 좋은 안전장치다.
원 장관은 지난해부터 정부의 ‘화물연대 때려잡기’ ‘건설노조 때려잡기’의 선봉장에 서 있었다. 그의 노동관은 명확해 보인다. MZ노조를 제외한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노동조직은 ‘악(惡)’이라는 것이다.
원 장관은 지난 2월 1일 서울 강남 건설회관 회의실에서 가진 ‘건설현장 불법행위 관련 간담회’에서 “건설노조는 현재 노조의 탈을 쓰고 속으로 돈을 뜯어가는 약탈집단”이라고 규정했다.
다만 원 장관은 노동조직 안에 있는 평노조원에 대해서는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한다. 원 장관은 지난해 12월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를 이어가던 화물연대 노조원들을 찾아 “화물연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일선 현장으로 복귀해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노조·집행부와 노조원 간 ‘갈라치기’ 전략으로 조직성격상 둘을 명확하게 구분짓는게 가능하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원 장관이 노조원 분신 음모론을 제기하는 글을 게시한 것과 관련, ‘정치적 행보’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자신의 차기 총선 출마 등을 겨냥한 일종의 노이즈전략으로 부처차원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장관이 페이스북에 (글을) 쓰는 것에 대해 (국토부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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