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뱀? 도심 아파트에 ‘독사’ 출몰…혹시 물렸다면

김지숙 2023. 5. 1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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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수도권 아파트·공원 등 뱀 출현
녹지 늘며 뱀 서식하기 좋은 환경도 늘어
유혈목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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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숲에만 사는 줄 알았던 뱀이 최근 서울·수도권에 잇따라 출현해 소동이 일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어린이들이 유혈목이를 발견해 119 구조대가 출동했고, 지난 10일 경기도 일산의 한 아파트에서는 뱀이 전기 설비를 건드려 한때 전기 공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지난해엔 한강공원을 산책하던 반려견이 독사에게 물려 앞발이 괴사하는 사건도 있었다.

뱀의 출현이 잦아진 이유가 뭘까. 실제로 이전보다 도시에 더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맞을까.

18일 <애니멀피플>이 소방청에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4년간 전국 119 안전센터에서 뱀 출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건수는 총 3만3000여 건이었다. 연도별로는 2018년 5781건, 2019년 7279건, 2020년 9400건, 2021년 1만759건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이는 하천이나 초지, 도심 등에서 신고돼 출동한 전체 건수다.

최근 4년간 서울·경기 지역 119 안전센터에서 뱀 출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건수는 총 9638건이었다. 서울은 2018년 230건, 2019년 269건, 2020년 357건, 2021년 345건이었다. 경기는 2018년 1473건, 2019년 1829건, 2020년 2424건, 2021년 2711건이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국회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서울의 경우  2022년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37건의 뱀 출현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청은 신고가 늘어난 것에 대해 “여러 환경적 요인이 있을 수 있으나 도심에서 뱀이 출현하는 일이 예외적이다 보니 적극적인 신고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주택가에 나타난 유혈목이를 포획 중인 소방관. 성남소방서 제공

야생동물인 뱀의 개체 수와 출현 빈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다. 다만 뱀의 산란을 위해 이동하는 시기가 5~6월이고, 도심의 경우 녹지가 많아지면서 뱀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늘어나며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박창득 전임연구원은 “이 시기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뱀이 누룩뱀, 유혈목이, 쇠살모사 등이다. 뱀들은 수직이동을 하는 동물로 겨울엔 산으로 올라가고 날이 따뜻해지면 낮은 지대로 내려오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5~6월은 뱀들이 산란을 위해 이동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번에 마포구 아파트에 나타났던 유혈목이는 흔히 꽃뱀, 화사라고 불린다.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동부 등에 분포하며 독이 없는 뱀이라고 잘못 알려졌으나 목구멍 근처의 어금니에 독을 지니고 있다.

주로 하천이나 경작지, 초지에 서식하는 뱀이 도심에 나타나는 건 뱀이 살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라는 게 박 전임연구원의 설명이다. 박 전임연구원은 “도심 공원이나 아파트 녹지가 과거보다 많이 만들어지며 뱀이 좋아하는 그늘, 풀숲이 늘어난 것이 한 요인이다. 또 이런 환경이 뱀의 먹이가 되는 쥐나 개구리에게도 적합해 먹이사슬이 잘 이뤄져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도시 생태계가 다양하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유혈목이, 쇠살모사 등은 독을 지닌 뱀으로 주의가 필요하다. 뱀은 워낙 겁이 많고 은닉 성향이 강하지만 위협을 받거나 퇴로가 막히면 공격할 수 있다. 소방청은 “뱀은 소리와 진동에 민감하다. 뱀을 만나게 되면 땅을 구르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자극을 줄 수 있는 행동을 삼가고 제자리에 서서 뱀이 다른 곳으로 갈 때까지 기다리거나 다른 쪽으로 우회해야 한다”고 전했다.

혹시라도 독사에 물렸을 경우 119 신고부터 한 뒤 물린 부위를 심장보다 낮은 위치에 오도록 하고 움직임을 최소화 해야한다. 가능하면 물린 부위 위쪽에 끈이나 손수건으로 묶으면 좋다.

개구리를 잡아먹는 우리나라의 유혈목이. 두꺼비를 잡아먹어 독을 확보한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그러나 독사라고 하더라도 이유 없이 공격하는 일은 드물다. 전문가들은 과도하게 뱀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하고 편견을 심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정책국장은 “뱀은 먹이 사슬의 중간 포식자로서 상위와 하위를 연결하는 중요한 생물 종이다. 사람에게 불편을 끼친다고 뱀을 유해생물로 낙인찍고 잡아들인다면 견고한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강공원의 뱀 출몰 신고 건수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정책국장은 “8차례 걸친 한강 생태계 조사에서 확인된 뱀 개체 수는 10~11마리 정도였다. 출몰 신고가 37건에 이르는 것은 뱀의 서식지를 지나던 시민들의 신고가 중복으로 접수되며 그 수가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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