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가더라도 포기 않는 것” 폭우 속 완주한 꼴찌의 한마디

박선민 기자 2023. 5. 1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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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를 뚫고 홀로 트랙을 달리고 있는 보우 삼낭. /로이터 연합뉴스

시야 확보도 제대로 되지 않는 폭우 속, 한 여성 육상선수가 묵묵히 결승선을 향해 달린다. 이미 다른 선수들은 전부 경기를 끝내 ‘꼴찌’로 결정 났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마침내 결승선에 다다르자 관중석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온다.

캄보디아 육상선수 보우 삼낭의 이야기다. 삼낭은 지난 8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2023 동남아시안게임 육상 여자 5000m 결승에 출전해 가장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당시 베트남 선수 응우옌 티 오안이 압도적인 실력으로 우승을 차지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선수들도 하나둘 골인했다. 그렇게 삼낭 홀로 한 바퀴 넘게 뒤처진 순간,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일등과 꼴찌가 정해진 경기. 포기할 법도 했지만 삼낭은 끝까지 달렸다.

끝까지 달려 결승선에 도착한 보우 삼낭. /올림픽 트위터

삼낭이 폭우 속 ‘자기와의 싸움’을 이어가는 영상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확산하면서 뒤늦게 화제가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 공식 트위터에 지난 10일 올라온 영상은 현재 조회수가 70만에 육박한다. 리트윗도 1200회 이뤄졌다. 많은 네티즌은 ‘포기하지 않는 것의 가치’을 깨달았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것”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보여줬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올림픽 측은 게시물에 “그 어떤 것도 삼낭의 완주를 막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올림픽 측은 트위터에 영상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17일(현지 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삼낭과의 인터뷰를 전했다. 삼낭은 당시 상황에 대해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천둥 번개도 쳤다. 날씨 예보를 접해서 비가 올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올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는 “레이스를 완주하는 게 중요했다. ‘캄보디아 대표’라는 지위를 가진 이상 멈출 수 없었다”고 했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 법’ ‘계속 밀어붙이는 법’ ‘인내하고 또 인내하는 법’은 삼낭이 이번 경기를 통해 배웠다는 가치들이다. 삼낭은 “천천히 가도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끝을 보는 것”이라며 “뒤처지는 게 결승선을 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이번 배움을 토대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 인내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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