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영화 '머니볼'처럼 축구도 가능해? 알크마르를 바꾼 '빌리 빈' 동화

오광춘 기자 2023. 5. 1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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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어서 작고 약하다? 데이터를 믿어봐'
사람들은 약자에 더 끌리는 경향이 있죠. 작고 보잘것없는 약자를 애착하고 응원하는 심리, '언더독(Underdog) 효과'라 부릅니다. 열세에 놓여 있는 사람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겠죠. 약해서, 작아서, 가난해서 더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모이는 것. 스포츠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영화 '머니볼'의 명대사 중 하나입니다.

네덜란드 AZ알크마르를 볼까요. 유럽 클럽대항전에서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다음 단계인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4강에 올랐습니다. 상대는 잉글랜드의 웨스트햄. 4강 1차전에선 1대2로 아깝게 졌습니다. 내일 오전 4시(한국시각) 2차전에서 반전을 꿈꿉니다.

네덜란드의 '작은 팀' 알크마르는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4강에 올랐습니다. 웨스트햄과 2차전에서 반전을 꿈꿉니다. (사진=AP연합뉴스)
알크마르 입장에선 돈의 힘에선 웨스트햄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최근 영국 언론 BBC가 내놓은 비교 수치를 보면 그 차이가 확연합니다. 2021년 여름 기준으로 알크마르의 총수익은 1900만 파운드(316억원)로 웨스트햄(1억9210만 파운드)보다 1/10 수준입니다. 연봉총액 역시 1413만 파운드(235억원)로 웨스트햄(1억 2845만 파운드)보다 1/9 정도입니다.
알크마르는 4강 1차전에서 아깝게 1대2로 졌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그럼 어떻게 알크마르는 그 거대한 돈의 힘을 이겨내고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4강까지 진출했을까요. 네덜란드라서, 축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그만큼 많아서 축구도 잘하는 것일까요.
2000년대 빌리 빈은 오클랜드와 함께 새로운 야구를 꺼내들었습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야구단 운영 방식은 파격으로 통했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알크마르는 축구팀이 선뜻 가지 않는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야구 '머니볼'의 축구 버전을 만들어갑니다. 영화 '머니볼'에서 브래드 피트가 연기했던 실제 주인공은 메이저리그 오클랜드를 이끌던 빌리 빈 단장이죠. 빈이 알크마르와 함께 합니다. 그 철학을 그대로 따릅니다.
알크마르는 작지만 강한 팀입니다. 올시즌 19세 이하 선수들이 겨루는 유럽 유스리그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빈은 2020년 알크마르의 지분 5%를 사들였습니다. 2015년부터 알크마르의 고문 역할을 담당했는데 적극적인 투자자로 나선 것입니다. 그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야구단 운영으로 파격의 어퍼컷을 날렸는데 축구에 그 방식 그대로를 적용하기 시작합니다. 알려지지 않은 저평가된 선수들과 계약하고 그들의 가치를 높여서 더 부유한 클럽으로 되팔면서 재정적 건강함을 유지하는 일, 그러면서 잠재력 있는 선수들을 그러모아 팀의 경기적인 성장을 견인하는 구조죠. 그리고 작은 성공을 쌓아갑니다.
돈으로 모든 게 가능한 축구의 세계에서 알크마르는 다른 길을 갑니다. (사진=AFP연합뉴스)
알크마르는 네덜란드 리그에서 아약스, PSV 에인트호번, 페예노르트와 함께 꾸준히 빅4를 유지합니다. 그 경쟁력을 기반으로 유럽 클럽 대항전에도 나올 수 있었고요. 빈이 고문으로 가세한 뒤 2015~2016시즌 전에 자한바크시를 180만 유로, 얀센을 50만 유로의 돈을 주고 영입해선 1년 뒤 얀센을 토트넘에 2200만 유로에 되팔고, 3년 뒤 1700만 파운드에 브라이턴으로 이적시켰습니다. 이른바 '장사를 잘하는' 구단이죠. 그렇다고 돈벌이에 올인하는 건 아닙니다. 올시즌 19세 이하 유럽 유스리그에선 최초로 정상에 섰습니다. 현재 뿐 아니라 미래도 기대해볼 만 한 팀으로 성장했습니다.
빌리 빈의 '머니볼'은 축구에서도 통할까요. 그 답은 알크마르가 품고 있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빈의 '머니볼'은 야구처럼, 축구에서도 신선한 바람을 일으킵니다. 그게 완전무결한 축구 경영의 방식은 아닐 수 있지만 기존 틀을 허무는 하나의 방식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영화 속 명대사가 떠오르죠. 스포츠를 수학하듯 하면 되냐는 비판에 영화 속 브래드 피트는 이렇게 응수합니다.
“우리 방식을 굳이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려고 하지 마. 문제의 핵심은 그게 아니야.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이 방법을 믿느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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