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흑해곡물협정 '갑' 아니다…중국 입김 탓 중단 '언감생심'"
튀르키예도 마찬가지…"러 협정중단시 우호국 관계악화"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와중에도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해상 수출을 가능케 한 '흑해 곡물 협정'이 만료 하루 전인 17일(현지시간) 극적으로 연장됐다.
또다시 국제곡물가격이 뛰어올라 식량위기가 불거질까 우려한 이들은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실상 러시아는 처음부터 협정에서 일방 탈퇴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러시아의 최우방으로 꼽히는 중국이 흑해 곡물 협정의 최대 수혜국이란 점을 고려할 때 러시아가 협정을 폐기한다면 양국 관계에 악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중국은 오랫동안 우크라이나에서 곡물을 사들여 왔으며, (흑해) 곡물 협정이 체결된 뒤 약 700만t을 사들여 최대 수혜자가 됐다. 이건 협정 체결 이후 수출된 전체 물량의 거의 4분의 1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이 내놓는 분석도 비슷하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세계 식량안보 프로그램 국장 케이틀린 웰시는 "중국은 흑해 곡물 협정이 계속되는데 강한 이해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면서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채 중재역을 자처하며 러시아산 원유를 대거 수입하는 등 오히려 경제협력을 강화해 온 튀르키예도 비슷한 처지다.
인구 8천500만명의 튀르키예는 흑해 곡물 협정으로 수출되는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전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이 수입한 국가여서다.
조지프 글라우버 국제식량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과 다른 개발도상국은 협정 중단을 매우 부정적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코넬대 소속 농경제학자 크리스토퍼 배럿은 올해 3월 흑해 곡물 협정 중단이 중국을 비롯한 곡물 수입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FP는 러시아의 흑해 곡물 협정 중단 가능성에 대해 "러시아는 이웃(우크라이나)의 목줄을 조일수도, 새로 생긴 절친들과 잘 지낼 수도 있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는 없는 셈"이라고 이런 상황을 짚었다.
실제, 중국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주년인 올해 2월 24일 내놓은 12개항 평화 계획에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송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도 러시아는 협정 만료 기한이 도래할 때마다 당장이라도 탈퇴할 것처럼 위협해 왔다.
작년 7월 22일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체결된 흑해 곡물 협정은 작년 11월과 올해 3월 120일씩 두 차례 연장됐고, 이달 17일에도 60일간 연장됐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협정 중단이 어렵더라도 조금이라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양보를 끌어낼 목적으로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을 펼친 것일 수 있다고 봤다.
실제, 협정 연장을 둘러싼 협상이 진행된 최근 몇 주간 러시아는 자국산 곡물 및 비료 수출 허용 등에 대한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거센 줄다리기를 벌였다고 한다.
아울러 15개월째 항전 중인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더욱 가중하려는 의도도 감지된다.
FP는 2개월 연장으로는 곡물 생산과 관련한 장기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면서 우크라이나 농민들의 고통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쟁 전까지 세계 최대 식량생산국 중 하나였던 우크라이나의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기준 12.2%로 추산된다.
가뜩이나 우크라이나는 최근 동유럽 일부 국가들이 자국 농가 보호를 이유로 값싼 우크라이나 농산물의 수입을 차단하려는 행보를 보이면서 난감한 입장에 처해있다.
글라우버 연구원은 "어떠한 식으로든 우크라이나는 이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전쟁으로 인한 장기적 영향이 우크라이나 농업에 매우 큰 타격을 줬다"고 진단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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