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시설 동물 10%는 방치된 ‘환자들’…60%는 물도 제대로 못 마신다
피부 치료가 시급한 고슴도치, 안과 질환으로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는 햄스터, 다른 동물에 물린 자국이 보이지만 치료는 받지 못한 토끼, 꼬리 일부가 잘린 코아티.
모두 국내 전시·체험형 동물시설에서 확인된 전시동물들의 실상이다. 전시·체험형 동물시설 동물 10마리 중 1마리는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질환을 앓고 있다는 동물보호단체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건강 유지를 위해 가장 필요한 식수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동물은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자유연대 부속 한국동물복지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시체험형 동물시설 사육환경·동물상태 실태조사 보고서’를 18일 공개했다. 현행법상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동물전시체험시설의 현황 파악을 위한 취지로 만든 이 보고서는 전국의 동물전시·체험시설 20개소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담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는 총 300개의 동물전시·체험시설이 있으며, 이 중 212개소(70.7%)가 미등록 업체다.
동물복지연구소는 보고서에서 20개 시설의 포유류 1511마리를 조사한 결과 맨눈으로 확인 가능한 병변이 155건(10.3%) 관찰되었다고 밝혔다. 병변의 종류는 피부 질환, 물린 상처 의심 상처, 안과 질환, 발굽 문제, 꼬리 절단, 보행 이상, 이상행동 등으로, 대부분 치료가 시급한 상태였다.
제대로 된 식수를 받은 개체는 667마리(39.4%)뿐이었다. 오염된 물을 받은 개체가 504마리(29.8%)였고, 521마리(30.8%)는 물그릇 내에 물이 없거나 물그릇 자체가 없었다.
숨거나 쉴 수 있는 은신처가 제공된 사례는 포유률 1514마리 중 518마리(34.2%)뿐이었다. 단독생활을 하는 동물 총 97마리 중 77마리(79.4%)는 무리 사육을 당하면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에는 조사를 진행한 20개 시설 전부에서 먹이 주기 체험과 만지기 체험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다수 업체가 관리 직원이 부재한 상황에서 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한 시설 내에서 포유류, 파충류, 조류를 모두 만질 수 있었던 6개의 업체는 손 소독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보고서는 우선 300개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해 통과된 동물원법과 야생생물법 개정안은 이들 업체에 시설 개선 기간으로 4년간 유예 기간을 뒀는데 그동안 동물들 복지는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혜원 한국동물복지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동물원법과 야생생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전시동물 복지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지만 2023년 12월 14일 이전에 등록 및 신고를 하는 경우 법 시행으로부터 4년 간 유예 기간을 두게 되어있다”며 “이를 악용하는 업체가 나오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다수 시설에서 이뤄지는 먹이주기 체험은 동물에게 영양의 불균형을 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서 동물복지 차원에서 법으로 반드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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