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건설노조 노숙 집회 수사 착수…"집행부 소환 불응시 체포"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윤희근 경찰청장이 1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노조 불법집회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윤 청장은 이날 1박2일 노숙 투쟁을 주도한 민주노총 건설노조 집행부 5명에게 오는 25일까지 출석을 요구하면서 "출석 요청 불응 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3.5.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찰이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 2일 노숙집회와 관련해 건설노조 위원장 등 노조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소환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 신청도 하겠다는 입장이다. 잇따른 불법집회로 시민 불편 등이 커지고 있다는 비판에 따른 후속 대응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불법집회에 대해 신속하고 단호하게 수사하겠다"며 "건설노조위원장 등 집행부 5명에 대해 오는 25일까지 출석하도록 요구했다"고 말했다. 윤 청장은 "출석 불응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조사 대상은 민주노총 집행부 3명과 건설노조 집행부 2명이다. 서울 중부경찰서와 남대문경찰서가 이들에 대한 수사를 맡는다. 경찰은 지난 2월 민주노총 결의대회와 이달 1일 노동자 대회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병합해 수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노조 집행부에 대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의 신고범위 일탈과 해산명령 불응, 형법의 일반 교통방해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참가자들이) 야간에 추모문화제에 참여했지만 구호를 제창하고 도로를 점거하면서 집회시위 형태를 보였기 때문에 집회로 간주할 수 있다"며 "신고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노조는 윤석열 정권 퇴진과 정부의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16일 저녁부터 17일 오전까지 1박2일 대규모 도심 노숙 집회를 진행했다. 건설노조는 지난 16일 세종대로상에서 허용된 집회 시간이 오후 5시까지였지만 다른 단체가 주최한 '이태원 추모 문화제'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야간 집회를 이어갔다. 경찰이 집회 해산 경고 방송을 했지만 오후 8시까지 세종대로 4차로를 점거했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오후 5시 집회가 끝난 후에도 세종대로를 무단 사용한 것에 대해 도로법, 도로교통법을 근거로 서울시가 형사고발한 건도 같이 수사할 방침이다.

다만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광장과 부근 인도에서 노숙한 것과 관련해서는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집회 과정에서 공무집행 방해 사례도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건설노조처럼 불법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가 유사한 집회를 갖겠다고 하면 금지 또는 제한할 방침이다. 또 과도한 소음 등 시민불편을 심각하게 초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제도적 개선책을 마련을 추진한다. 건설노조의 노숙집회는 현행 집시법상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다.

윤 청장은 "야간문화제 등을 빙자한 불법 집회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해산 조치하겠다"며 "출퇴근 시간대 전(全)차로 점거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야간 집회시위 제한과 소음규정 강화 등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이 신속하게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필요시 혐오감을 유발하는 야간 길거리 집단 노숙에 대해서도 규제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강주헌 기자 z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