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헌 "조의석 감독과 21년만의 조우, 내 의견 잘 반영 안해줘" [인터뷰M]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에서 사막화된 세계의 질서를 잡는 주도권을 가지려는 천명 그룹의 대표 '류석'을 연기한 송승헌을 만났다. 극 중에서 아버지와 정부의 의견에 반목해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려는 강렬한 의지를 가진 인물을 연기한 송승헌은 "시리즈는 처음, 감독과 배우 모두 긴장했다. K-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높아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감독도 잘 못 자고 너무 긴장 많이 했는데 기사의 반응이나 해외 순위도 다행히 높더라."라며 작품 공개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작품 공개 3일 만에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 10위 안에 들어간 기록에 대해 그는 "1위라는 게 참 신기하기도 하고 어리둥절하다. 방송하고 시청률이 나올 때는 1희 1 비했는데 이제는 시청 시간으로 순위가 매겨지더라.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 팬도 본다는 건데 잘 와닿지 않다."라며 실감 나는 건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오히려 작품이 공개되고 난 뒤 리뷰를 꼼꼼하게 챙겨 본 듯 "원작을 아시는 분들은 아쉬움 섞인 말씀을 하시는데 원작을 모르시는 분들은 세계관에 대해 좋아하시더라."라며 시청자들의 반응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했다.
이 작품을 연출한 조의석 감독과 송승헌은 아주 뜻깊은 인연이 있다. 2002년 개봉한 영화 '일단 뛰어'를 통해 조의석 감독은 영화감독으로 데뷔했고 이 작품에 송승헌이 출연했던 것. 2002년 5월 10일이 '일단 뛰어'의 개봉일이었는데 그로부터 21년 뒤 2023년 5월 10일 조의석 감독과 두 번째 작품인 '택배기사'가 제작발표회를 하면서 두 사람에게는 아주 각별한 날이 되었다.
송승헌은 "그때 영화를 한 이후 빨리 다음 작품을 또 해보자고 했던 게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더라. 정말 기분이 묘하더라. '일단 뛰어'때는 조의석 감독이 첫 작품이라 더 예민하고 긴장도 많이 했었다. 영화가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라 저와 권상우, 김영준, 이범수 등 현장에서 엄청 우리끼리 정신이 없었는데 그런 배우들을 다독이고 달래가며 촬영하시느라 당시에 엄청 힘들었을 것 같더라. 촬영할 때는 감독님과 친하지 않았는데 이후에 사회에서 만난 좋은 친구로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중."이라며 조의석 감독과의 20여 년 전을 회상했다.
이제 서로 성숙한 감독과 배우로 만나게 되며 3년 전부터 '택배기사'의 기획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며 "원작이 있는 작품이고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SF 장르가 흥미로왔고, 감독님과는 오랜만이라 어떤 역할이건 간에 하겠다고 했었다. 캐릭터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서 준비했고 촬영했다."라며 작품 속 빌런의 역할을 선듯하겠다고 했던 이유를 밝혔다.
송승헌이 연기한 '류석'이라는 인물은 6회차의 이야기 중 그렇게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대신에 작품 속 악의 축을 담당하는 인물로 전체적인 세계관과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주역이었다. 송승헌은 "정적인 인물이고 분량이 많지 않고 그의 전사가 자세하게 드러나지 않아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존재감을 드러내야 해서 감독님께 직접 현장에 침투하는 건 어떤지, 전사를 좀 더 내포할 수 있는 대사는 어떤지 제안을 했는데 그러기엔 캐릭터가 너무 가벼워 보인다고 하시고 반영을 많이 안 해주셨다"라며 친분이 있기에 가능한 투덜거림을 드러냈다.
그는 "인물의 전사가 꽤 길게 있었다. 행성이 지구와 충돌하기 전 미국에서 어떤 활약을 했으며 한국이 사막화가 되기 전부터 직후까지 어떤 준비와 대응을 하는지의 이야기도 있고, 그 과정에서 '류석'의 아버지와 어떤 갈등이 생겨나기 시작하는지가 있는데 한정된 시간에서 이야기를 풀다 보니 앞의 이야기는 모두 생략되고 행성과 충돌 이후의 상황만 보이게 된 것. 배우 개인적으로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짧았다는 것이 아쉬운 작품이다. 대신에 연기를 하면서 저는 인물의 전사를 끊임없이 떠올리며 그런 이유로 이런 행동과 말을 하는 거라 생각하며 연기했다. 나름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답답함, 울컥함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고 인간적으로 병도 있는 불쌍하기도 한 인물이다"라며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조의석 감독은 다른 인터뷰에서 시즌 2가 만들어진다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은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다고 한 적 있는데 송승헌은 "감독님과 처음 시나리오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런 이야기는 얼핏 한 적이 있다. 행성 충돌 이전의 이야기가 분량도 그렇고 스케일도 있는데 그런 걸 더 다루고 싶었던 아쉬움이 커서 아마 시즌 2가 나온다면 '택배기사'의 에필로그 같은 이야기이지 않을까?"라며 시즌 2가 제작되고 '택배기사'에서 깊이 다루지 못했던 '류석'을 더 깊이 있게 풀어가고 싶은 욕심을 드러냈다.
이번 작품을 하며 김우빈과 호흡을 맞춘 송승헌은 "조의석 감독뿐 아니라 이병헌 등 다른 선배로부터 김우빈이 괜찮은 친구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 그 누구도 김우빈에 대한 싫은 이야기를 한 번도 듣지 못해 너무 인간미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하며 만났는데 너무 어른스럽더라. 저는 그 나이 때 그러지 못했는데 정말 사람을 잘 챙기고 가식이 아니라 인성이 바른 친구더라. 큰 아픔을 겪고도 잘 회복해서 행복하게 일하는 걸 보면 너무 다행스럽고, 이번에 작품 하면서 배운 게 많다."라며 김우빈을 칭찬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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