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중앙아시아 영향력 확대 시동…카자흐와 성명 "색깔혁명 반대"

18~19일 시안서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17일 산시성 시안에서 열린 중앙아시아 정상회의 중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유라시아 지역 영향력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시 주석은 18일 중국 시안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들과 개별 회담에 돌입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이에 앞서 시 주석은 전날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정치적 안보를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양국 내정에 대한 외부 세력의 간섭과 인권 문제에 대한 정치화, 이중 잣대를 단호하게 반대한다. 양측은 간섭 방지와 '색깔혁명' 방지에 협력을 강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색깔혁명은 서방의 직접 또는 간접적인 지원 아래 권위주의 국가에서 벌어지는 민주주의 투쟁이다. 공동성명은 색깔혁명에 별도 따옴표 처리하는 것으로 강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대만 문제를 놓고서는 "카자흐스탄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고히 고수하고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중국 전체를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적인 정부이며 대만은 중국 영토의 양도할 수 없는 부분임을 재확인했다"며 "어떤 형태의 '대만 독립'을 반대하며, 대만과 어떠한 형태의 공식 교류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중국의 평화적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고 썼다.

그동안 중국이 주장해온 내용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일대일로에 대해 두 정상은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카자흐스탄에서 '실크로드 경제벨트' 이니셔티브를 처음 제안했다"고 회상한 뒤 "일대일로의 틀 아래 지역 연결성을 더욱 강화하고 상호 무역, 투자 및 국경 간 운송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심화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무역 및 무역 원활화의 확대를 촉진하고 전자 상거래, 빅 데이터, 인공 지능 및 5G와 같은 새로운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한다"며 중국-카자흐스탄 협력위원회 내 혁신 협력 소위원회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 분야 협력과 관련,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국제금융센터가 중앙아시아에서 활동하는 중국 기업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장려하고 센터가 중국 금융기관들을 추가로 유치할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위안화 영향력을 중앙아시아로 확대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시 주석의 경제 외교는 다른 중앙아시아 정상들과 회담으로 이어졌다. 시 주석은 이날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과 만나 "2019년 타지키스탄을 국빈 방문한 자리에서 개발 공동체와 안보 공동체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며 "지난 4년간 양국 공동체 건설에 있어 괄목할 만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중국은 타지키스탄과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수준을 높이고 다음 세대를 위한 공동체 건설을 촉진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디르 자파로트 키르키스스탄 대통령과 회동한 자리에서는 "중국은 키르기스스탄과 협력하여 좋은 이웃, 우정, 공동 번영을 바탕으로 미래를 공유하는 공동체를 건설하고 전면적인 협력을 수행하며 양국의 발전과 활성화를 도울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날부터 19일까지 이틀간 옛 실크로드의 시발점이었던 산시성 시안에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정상들과 회담한다. 일대일로 협력 강화와 함께 경제, 군사 등 폭넓은 분야에서 교류가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 국가들은 구소련에 소속됐던 곳들로 여전히 러시아와 깊은 유대감을 갖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국에 대한 러시아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중앙아시아에 중국의 영향력이 스며드는 계기가 마련됐다.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sa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