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시선이 오월정신?…보훈처, 5·18 민주화운동 사진 논란
“계엄군이 주인공인 사진” 비판 일자 삭제
“과거·현재·미래 보여주려 했다”며 해명
국가보훈처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홍보 게시물로 계엄군의 시선에서 광주 시민들을 보는 사진을 사용했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보훈처는 “시민의 뜻을 존중하는 데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18일 0시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밑거름이 된 오월 정신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남 광주 금남로에서 찍힌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속 무장한 계엄군들은 버스에 올라탄 광주 시민들과 대치하고 있고 카메라의 시선은 계엄군 대열 뒤편에서 시민을 마주보고 있다. 사진의 3분의 2는 헬멧과 군복 차림으로 무장한 계엄군들이 차지했고 정작 광주 시민들은 멀리서 작게 보여 마치 계엄군의 시선에서 시민들과 대치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계엄군이 주인공인 이런 사진을 굳이 2023년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보훈처의 5·18 기념 이미지로 우리가 봐야 하나”라며 “이런 사진을 5·18 기념 이미지로 승인하는 (보훈처) 장관 후보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라고 적었다. 다음 달 국가보훈부 승격을 앞두고 초대 장관으로 지명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박민식 보훈처장을 겨냥한 것이다.
이동학 전 민주당 최고위원도 SNS 글에서 “꼬투리가 아니다. 사진의 앞뒤가 바뀌어야 맞다”라며 “누구 입장에서 바라봐야 하나. 앞에서는 계승을 말하고 뒤에서는 자꾸 관행적인 시선이 튀어나오니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논란이 거세지자 보훈처는 이날 오전 금남로 사진을 삭제하고 대신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열린 민주수호범시민궐기대회 사진을 게재했다.
‘5·18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공식 SNS에 과거, 현재, 미래에 해당하는 사진을 여러 장 게시하는 캠페인의 일환이었다는 게 보훈처의 설명이다. 즉 이날 자정께 올린 금남로 사진은 ‘과거’, ‘현재’, ‘미래’ 시간 순서 중 ‘과거’에 해당하는 첫번째 사진이었다는 것이다. 보훈처는 이날 오전 11시쯤부터 오후 1시쯤까지 ‘과거’ 전남도청 사진,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사진, ‘미래’ 광주 시내 사진 등을 순차적으로 올렸다.
보훈처 대변인실은 “여러 컷 이미지를 순차적으로 올려 5·18 의미를 재조명하려 했으나 관련 첫 사진 이미지가 계엄군 시각에서 바라보는 사진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의도가 아무리 좋았다고 해도 5·18 유가족이나 한 분의 시민이라도 불편한 마음이 드신다면 결코 좋은 의미를 전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5·18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시민들과 미래 세대에게 기려야 할 보훈처로서 시민의 뜻을 충분히 존중하는 데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며 “‘과거’ 이미지 중 5·18 당시 금남로 현장 사진은 제외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논란이 된 사진은 전 정부에서도 사용했다고 반박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트위터 계정에서 사용된 동일한 이미지를 페이스북에 올리며 “민주당의 내로남불 DNA는 고질병”이라고 맞받았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도 ‘5·18 억지 트집 잡다 문재인에 침 뱉은 민주당’ 제목의 글에서 “민주당 말대로라면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계엄군의 편에서 계엄군을 주인공으로 삼았단 말입니까”라고 적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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