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동물은 '해면' 아닌 '빗해파리'"

박정연 기자 2023. 5. 1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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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초의 동물은 측생동물인 해면이 아니라 유즐동물인 빗해파리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앞서 학계에서는 해면과 달리 근육과 신경 세포를 모두 갖고 있는 빗해파리가 진화의 관점에서 더 늦게 출현했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다.

연구팀은 "7~8억년 전 단세포 생물에서 가장 먼저 갈라져 나온 동물이 해면이 아니라 빗해파리라는 사실을 유전체 분석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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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대
단세포 생물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동물로 확인된 빗해파리.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구 최초의 동물은 측생동물인 해면이 아니라 유즐동물인 빗해파리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앞서 학계에서는 해면과 달리 근육과 신경 세포를 모두 갖고 있는 빗해파리가 진화의 관점에서 더 늦게 출현했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유전자 서열을 새롭게 분석한 결과 해면이 아닌 빗해파리가 단세포 생물과 유전적으로 더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다. 단세포 생물과 동물의 경계에 가장 근접한 동물은 해면이 아닌 빗해파리라는 분석이다. 

대린 슐츠 오스트리아 빈대 교수 연구팀은 이같은 연구 결과를 1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7~8억년 전 단세포 생물에서 가장 먼저 갈라져 나온 동물이 해면이 아니라 빗해파리라는 사실을 유전체 분석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간 학계에서는 빗해파리보다는 해면이 최초의 동물일 것이란 주장이 힘을 얻어왔다. 해면은 근육이나 신경계가 없는 원시적인 외형을 가졌기 때문이다. 반면 빗해파리는 근육과 신경계를 모두 갖고 있다. 해면보다 복잡한 빗해파리의 외견 또한 빗해파리가 진화 과정을 거쳐왔을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했다. 90년대 이후 발표된 동물의 유전자를 비교한 여러 연구들도 해면이 가장 오래된 동물이라고 지목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학설을 뒤집기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유전자 분석에 접근했다. 개별 유전자에 대한 분석이 이뤄진 기존 연구와 달리 유전자 집단에서 ‘신테니’라는 부분을 비교 분석했다. 신테니는 상동유전자의 종류와 위치 순서가 같은 부분을 말한다. 신테니를 비교 분석하면 개체나 종이 유전적으로 얼마나 가까운지 확인할 수 있다.

분석 결과 빗해파리는 유전자 집단 31개 중 7개에서 단세포 생물에는 있지만 해면과 다른 동물에는 없는 신테니를 갖고 있었다. 빗해파리가 더 오래된 유전자 그룹을 가졌다는 얘기다. 

연구를 이끈 슐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최초의 동물로 보이는 동물이 이미 신경계와 근육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신경세포가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연구 등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뉴런과 같은 세포들이 기존에 알려졌던 것보다 1억 년 혹은 그 이상 일찍 진화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만으로 빗해파리를 가장 오래된 동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것이 학계의 견해다. 마이케 키텔만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원 연구팀은 빗해파리와 관련한 후속 연구를 통해 여러 개체 빗해파리의 유전자 서열과 신경계 발달과정을 조사할 계획이다. 키텔만 연구원은 최초의 동물을 둘러싼 여러 가설에 대해 "아무것도 가정해선 안 된다"고 전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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