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장 ‘당선 무효’···재개발·재건축 등 현안 차질 불가피
김태우 강서구청장이 18일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로 구청장직을 상실하면서 민선 8기 서울 구청장 가운데 첫 공백이 발생했다. 오는 10월 보궐선거로 새 수장이 오기 전까지 부구청장 대행체제로 운영되는 강서구는 재개발·재건축 등 지역 정비사업과 고도제한 완화 등 현안 처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으로 일하며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구청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이날 확정했다.
공직선거법 19조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실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피선거권이 없다고 규정한다. 피선거권이 없는 지방자치단체장을 당연퇴직 대상으로 정한 지방자치법에 따라 김 구청장은 직을 잃게 됐다.
검찰 수사관 출신인 김 구청장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던 2018년 1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금품수수 의혹 등 비위 첩보, 특별감찰반 첩보보고서, KT&G 동향보고 유출 관련 감찰자료 등을 여러 차례 폭로한 혐의를 받는다.
2019년 4월 기소된 김 구청장은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6개월을 선고받은 상태로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하며 ‘조국 저격수’로 알려진 그는 국민의힘 소속 후보로 나와 당선됐다.
하지만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강서구는 서울에서 처음으로 구청장직 공석이 됐다. 용산구의 경우 박희영 구청장이 구속기소돼 부구청장이 권한대행 중이지만 형이 확정될 때까지 박 구청장은 구청장 신분을 유지한다.
김 구청장은 18일 형이 확정된 직후 페이스북에 “강서구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반드시 다시 돌아와 서울에서 가장 살기 좋은 친환경 한강 수변 도시 ‘강서구 르네상스’를 이끌겠다”고 적었다.
다만 김 구청장은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후 5년이 더 지나야 피선거권을 되찾을 수 있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은 3년 이하의 징역·금고형을 선고받은 경우 형 집행 종료 후 5년이 지나야 형이 실효된다고 정하고 있다.
새 강서구청장을 뽑는 보궐선거는 10월11일 치러질 예정이다. 공직선거법상 보궐선거는 10월 첫번째 수요일이지만 추석 등을 고려해 선거관리위원회가 해당 날짜를 서울시에 통보했다. 지방자치법 124조에 따라 선거 전까지는 행정 절차를 거쳐 박대우 부구청장의 권한대행 체제로 구정이 운영된다.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부구청장이 구청장 권한에 속하는 모든 사무를 처리한다. 강서구는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 구청장이 1호 공약으로 내건 원도심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마곡워터프론트 사업 재추진, 마곡 열병합발전소 이전 등도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강서구 관계자는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내부적으로 당황스러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강서구는 김 구청장 당선 전까지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꼽혀온 곳이다. 민주당 노현송 구청장이 3선 연임했고, 지역구 국회의원 3명도 민주당 소속이다.
강서구 가양동 주민 백모씨(33)는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국민의힘 구청장이 모처럼 당선됐는데, 재판을 받던 상태에서 출마했다가 자리를 비우게 되니 황당하다”며 “정치 불신이 더 심해진다”고 말했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공천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김 구청장을 무리하게 공천했다가 보궐선거를 자초했다는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 선거에서 김 구청장에 2.6%포인트 차이로 패했던 민주당 김승현 후보는 최근 사전 선거운동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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