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반도체 회사 부른 日기시다…"4.8조원 투자 유치"

기시다 총리, 관저서 7대 반도체 대기업 회담…
미국 마이크론 5000억엔 규모 투자 계획 밝혀

18일(현지시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총리 관저에서 삼성전자, TSMC, 인텔, 마이크론, IBM, IMEC, 어플라이드 마테리얼즈 등 7개 반도체 기업 간부와 회담하고 있다./ 사진=일본 총리관저 공식 트위터계정 캡처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세계적 반도체 업체 인사들을 한데 모았다. 이 자리에서 미국 반도체 대기업 마이크론으로부터 4조8000억원대 투자를 유치했고, 삼성전자 등으로부터도 일본 투자 확대 목소리를 들었다.

18일(현지시간) 일본 닛케이신문, 아사히신문 등 보도를 종합하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관저에서 삼성전자, TSMC, 인텔, 마이크론, IBM, IMEC, 어플라이드 마테리얼즈 등 7개 반도체 기업 간부와 회담했다. 삼성전자에선 경계현 반도체(DS) 부문 사장이 참석했다.

기시다 총리는 면담에서 "(반도체 기업들의) 일본 직접 투자를 확대하고 반도체 산업 지원에 힘쓰고 싶다"며 기업들에 투자와 기술협력 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 후 기시다 총리는 취재진과 만나 "일본 기업과 연계한 투자와 차세대 반도체 개발의 협력에 대해 귀중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 함께 참석한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경영자들 다수가 일본 측 투자 요청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일본 요청에 가장 먼저 화답한 것은 마이크론이었다. 마이크론은 회담 직후 발표한 성명문에서 "1감마(γ, 10나노급 6세대) D램 프로세서 기술 개발에 향후 수년 간 5000억엔(약 4조8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히로시마 공장에서 감마 세대 D램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을 만들겠다고 구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론은 "이 투자를 통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AI)처럼 최첨단 산업의 혁신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히로시마 공장에 ASML의 극자외선(EUV) 공정 장비를 설치한 뒤 D램 칩을 제조할 예정이라고 한다. EUV는 반도체 초미세 공정을 가능케 하는 기술로, ASML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 노광장비를 공급하는 네덜란드 업체다.

블룸버그는 일본 정부가 마이크론의 히로시마 공장 증설에 2000억엔(약 1조930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아직 마이크론 지원 계획을 공식 공개하지는 않았다.

일본 리서치업체 오미다 소속 분석가 미나미카와 아키라는 블룸버그에 "마이크론의 히로시마 공장은 G7의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마이크론에게 가장 중요한 거점 중 하나"라고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정진석 한일의원연맹 회장, 윤호중 간사장을 면담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타임즈(FT)는 "니시무라 경제산업상 발언에 따르면 삼성전자도 일본에 새 R&D 센터 건립을 계획 중"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닛케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에 300억엔(약 2933억8800만원)을 투자해 반도체 연구개발 시설을 건설할 예정이고, 이곳에서는 3D(3차원) 디바이스 시제품을 조립할(2025년 목표) 전망이다.

AFP통신은 "TSMC가 소니와 70억달러 규모의 생산설비 건설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TSMC는 이미 규슈 구마모토 현에 공장을 건설 중"이라며 "두 번째 일본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자율주행자동차, AI, 스마트폰 등 첨단산업을 키우려면 반도체 생산능력은 필수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지자 토요타 등 일본 제조업계를 중심으로 자체 반도체 생산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기시다 총리가 직접 나선 것.

현재 일본은 '포스트 5G' 기술 개발을 내걸고 자국 반도체 합작기업 '래피더스'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래피더스는 소니, 소프트뱅크, 토요타 등 일본 8개 기업이 각각 10억엔(약 96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벤처기업으로, 2027년까지 2나노 공정 차세대 반도체를 양산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한편 영국 정부는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이날 기시다 총리와 히로시마에서 회담한 이후 '히로시마 협정'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안보·무역·R&D 등 여러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맺고 협력을 강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히로시마 협정을 통해 일본과 영국은 반도체 R&D 협력과 기술교류, 반도체 공급망 안정을 목표로 반도체 파트너십을 체결한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