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학살자’ 알아사드 맞이로 분주한 아랍연맹…핵심 키워드는 돈·마약·반군
재무·외교장관 릴레이 회의로 안건 조율
사우디-시리아 이해관계 맞아 떨어진 결과
아랍연맹(AL)이 17일(현지시간) 12년 만에 국제무대에 복귀하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오는 19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리는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2011년 내전 발발과 반정부 인사에 대한 고문, 잔혹한 폭압 정치 등의 이유로 아랍연맹에서 퇴출당했던 알아사드 대통령은 급변하는 중동 정세 속에 ‘비싼 몸’이 돼 돌아왔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아랍연맹 22개 회원국 외교장관은 이날 제다에서 회의를 열어 정상회의에서 다룰 안건을 조율했다. 이 자리엔 파이잘 메크다드 시리아 외교장관도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만 수산 시리아 외교차관은 사우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알아사드 대통령이 정상회의에 참여한다”며 “새로운 무대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랍연맹은 애초 이번 정상회의에서 시리아 재가입 문제를 논의하려 했지만, 예상보다 빠른 지난 7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된 외교장관 회의에서 시리아 복귀를 확정했다.
전격적인 결정 배경엔 사우디가 있었다.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는 내전 과정에서 범시아파인 알아사드 대통령과 그의 최대 후원자인 시아파 맹주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시리아 반군을 지원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중국의 중재로 이란과 손을 잡더니 아랍연맹 일부 회원국을 설득해 시리아의 복귀를 끌어냈다.
사우디의 태세 전환 명분은 중동의 단결이었다.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 외교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지역이 일렬로 단결하고 외부 간섭을 거부해야 한다”며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를 정당화했다.
하지만 이면엔 돈 그리고 이란과의 관계가 엮여있다는 시각이 다수다. 아랍권 매체 알아라비아에 따르면 무함마드 알자단 사우디 재무장관은 지난 15일 아랍연맹 재무장관 회의에서 “전 세계가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을 때 지역 경제 통합은 중요한 과제”라며 “시리아의 아랍연맹 재가입을 환영하며 목표 달성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재정적으로 넉넉한 사우디가 내전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의 재건을 도와 우군으로 삼고, 시리아를 ‘앙숙’ 이란과 떨어뜨려 놓으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 패권을 장악하려는 사우디와 막대한 복구 비용이 필요한 시리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NYT는 “시리아를 아랍연맹에 재가입시키려는 목표는 회원국마다 다르다”며 “특히 사우디는 알아사드 대통령과 가까운 이란의 영향력에 대응하고자 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약도 중요한 키워드다. 시리아는 이슬람국가(IS) 대원들이 전투에 나서기 전 복용한다고 알려진 마약 ‘캡타곤’ 유통의 진원지였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내전 발발 이후 미국 등 서방의 각종 경제 제재로 돈줄이 막히자 캡타곤 불법 거래로 자금을 마련했다. 이는 아랍 국가엔 큰 골칫거리가 됐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사우디가 마약 수출 포기 조건으로 시리아에 40억달러(약 5조3000억원)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이를 부인했지만,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 조건으로 캡타곤 관리를 내걸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마지막 관건은 반군과 난민이다. 요르단과 레바논은 시리아 내전으로 자국에 유입된 난민을 시리아의 아랍연맹 재가입을 계기로 돌려보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여기에 시리아 북부에 일부 남아 있는 반군을 알아사드 대통령이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사다.
미국 기반 매체인 크리스찬사이언스모니터는 “시리아 정부는 최근 지진으로 피해를 본 반군 장악 지역에 대한 일부 봉쇄 해제 조처를 2개월 연장하기로 했다”며 “약간의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이어 “다만 국제사회의 믿음을 심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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