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정신’ 다짐한 여야, 5·18 원포인트 개헌 두고 동상이몽
여 “개헌 정치적 이용 말아야”
여야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인 18일 광주에서 오월 정신 계승을 앞다퉈 다짐했다. 하지만 5·18 정신 계승을 헌법 전문에 담는 원포인트 개헌을 두고는 엇갈린 태도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공약을 지키라고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을 압박했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야당의 원포인트 개헌 제안은 “국면전환용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뒤 “5·18정신 헌법 수록은 대선 당시 여야 할 것 없이 약속했던 대국민 공약이었다”면서 “다음 총선에서 원포인트 개헌으로 광주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단 약속을 반드시 지키자고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오월 정신의 계승, 자유민주주의를 말하지만, 약속했던 원포인트 개헌이나 국가 폭력에 의한 국민의 삶과 생명을 해치는 일에 반성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하지 않는 한 그건 모두 공염불”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핀셋 개헌’을 요구한 이유는 여야가 합의하는 전면 개헌안을 도출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3월 5·18 정신 계승이 전문에 담긴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당시 야당이던 자유한국당이 대통령 4년 연임제 등 다른 조항에 반대하면서 개헌이 무산됐다. 반면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만큼 여야 간 이견이 없어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순차적 개헌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합의되는 것부터 단계적으로 바꿔 가면 된다”며 “개헌특위가 국민적 합의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개헌안을 만들고 2024년 총선과 함께 국민투표를 한다면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87년 체제’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이날 광주에서 연 상무집행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밝힌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 구체적 계획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원포인트 개헌에 에둘러 반대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광주 현장 최고위원회의 직후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고 한 건 대통령 공약이고 우리 당 입장”이라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적 방안을 잘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내년 4월 총선에서 개헌안을 투표하자는 야당의 제안에 확답을 피한 것이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YTN 라디오에서 “87년 체제 개편을 위한 개헌 수요가 많이 쌓여있기 때문에 원포인트 개헌이 맞는지 전체적으로 다른 부분까지 포함해서 개헌을 진행할 것인지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그러면서 야당 제안의 정치적 의도를 공격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 시점에 불쑥 원포인트 개헌을 들고 나오는 것은 불리한 정치 상황을 덮고 모든 이슈를 개헌에 돌리려는 것 아닌가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며 “개헌을 논함에 있어 정파적 이익이나 정치적 계산을 앞세운다면 그 자체가 헌법정신을 폄훼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원포인트 개헌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 의혹에 따른 탈당 등으로 궁지에 몰린 민주당이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내놓은 카드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도 개헌안에 담자고 역제안했다. 허은아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헌법에 수록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도 빼야 하지 않겠나”라며 “(선거제 개혁과 더불어) 쓰리포인트로 이런 부분들을 함께 얘기하는 게 더 옳은 방법이고 현실성 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대표에게 개헌하려면 국회의원의 헌법상 권리인 불체포특권도 포기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의 5·18정신 헌법 수록 약속은 변함이 없지만 야당이 개헌을 국면 전환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이 지금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한 것은 국면을 전환하려는 것으로 5·18 정신을 모독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오늘도 오월 정신이 헌법 정신 자체라고 말했다”면서 “다만 개헌은 국민적 합의와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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