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평화 협정 지지부진한 사이···“의사·활동가 표적”
한 달 넘게 군사적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수단 정규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이 의사와 활동가를 표적으로 삼으며 시민들의 목소리와 구호 활동을 억압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수도 하르툼을 비롯한 곳곳에서 시민들은 ‘이웃 저항 위원회’를 부활시켰다. 이는 2019년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몰아낼 때 힘을 보탰던 민간 활동 조직으로, 공격을 기록하고 기초적인 진료소를 세우고 전투에서 몸을 피한 이들에게 물과 안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병원에조차 폭탄이 퍼부어지고 민간의 삶이 파괴되자 자구책으로 이러한 활동을 벌이는 것이다.
그러나 위원회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이 연달아 군인에게 끌려가고 있다. 활동가 무스타파 마키는 최근 동료 3명이 군복을 입은 이들에 의해 체포됐다며 “왜 체포됐는지 모른다. 우리는 정규군이나 RSF 중 어느 쪽도 지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의사 역시 강제로 동원되고 있다. RSF가 의사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들을 끌고 가 전사들을 치료하도록 강요했다는 진술이 나온다. 마키는 “의사들이 ‘여기엔 부상당한 민간인들이 있다. 이들 먼저 치료하자’고 했지만 RSF가 ‘안된다. 우리가 최우선이어야 한다’며 거절했다”고 전했다.
수단 의사중앙위원회 소속 한 의사 역시 자신을 비롯한 다른 의사들이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도망쳤고, 일을 그만두고 숨은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현재 하르툼 내 병원의 16%만 기능하고 있으며, 이제까지 숨진 의사는 11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는 “이러한 위협의 목적은 저항 위원회 등 혁명의 모든 형태를 억압해 시민 저항을 이어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WP에 밝혔다.
수단 정규군과 RSF는 지난 11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민간인의 이동을 허용하고 인도주의적 지원에 협조한다는 평화 회담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수단 현지에서는 전투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인도주의적 지원 역시 표적이 돼, 수단 전문약사협회는 RSF가 지역 병원으로 향하는 의료 물품 호송대를 납치했다며 이 같은 절도가 “지역 주민들에게는 사형 선고”라고 비판했다.
17일 유엔에 따르면, 지난달 14일부터 한 달 넘게 이어진 양 군벌간 무력 다툼으로 인해 수단 인구 절반 이상인 2500만명이 위기에 처했다. 이는 분쟁 전보다 1000만명 늘어난 규모다. 약 83만명이 교전을 피해 수단 내 다른 도시로 피신했으며 약 22만명은 주변 국가로 향했다.
WP는 “많은 수단인들이 이번 사태를 ‘내전’이라고 부르는 데에 반감을 보인다. 양측 모두 권력 싸움으로 이 같은 일을 벌여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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