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시티의 유럽 정상까지 남은 한 걸음…트레블도 가능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52)은 21세기 최고의 명장으로 불린다.
스페인 명가 바르셀로나에서 2008년 처음 지휘봉을 잡은 그는 정교한 패싱게임으로 무장해 유럽 축구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때로는 과도하게 창의적인 전술에 발목이 잡히기도 했지만 실력이나 실적 모두 비견할 자가 많지 않았다.
실제로 독일 바이에른 뮌헨(2013~2016년)을 거쳐 맨시티(2016년~)를 맡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금껏 들어 올린 1부리그 공식 대회 트로피만 32개에 달한다. 그랬던 과르디올라도 아킬레스건은 있었다. 참가하는 대회마다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그가 바르셀로나를 떠난 뒤에는 유독 빅이어(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의 애칭)와 인연이 없는 게 문제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유럽 최강을 가리는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것은 2011년. 뮌헨에선 그저 운이 없다고 여겼으나 아낌없이 돈을 쓰는 부자 구단 맨시티에서도 번번이 고배를 마시자 일종의 징크스가 됐다.
특히 2021~2022시즌 챔스 준결승에선 레알 마드리드와 1차전에서 4-3으로 승리하고도 2차전에서 1-3으로 역전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불과 일 년 만에 같은 상대와 같은 무대에서 만난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고 한탄했을 정도다.
다행히 과르디올라 감독의 아픔은 되풀이되지 않았다. 맨시티는 18일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 챔스 준결승 2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4-0으로 대파했다. 지난 1차전 1-1 무승부를 묶어 5-1로 앞선 맨시티가 결승행 티켓을 따낸 순간이었다.
맨시티는 6월 11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결승전에 선착한 이탈리아 인터 밀란과 빅이어를 다툰다. 맨시티가 레알 마드리드에 이어 인터 밀란까지 누른다면 창단 첫 우승이다.
트레블(3관왕)이라는 최고의 영광도 기다리고 있다. 2018~2019시즌 ‘잉글랜드 트레블’(EPL·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리그컵)에 그쳤던 아쉬움을 털어낼 절호의 기회다.
맨시티는 먼저 EPL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맨시티는 EPL에서 3경기를 남긴 현재 승점 85점으로 2위 아스널을 승점 4점차로 따돌린 선두인데, 1승만 거두면 우승을 확정한다. 구단 역사상 최초의 EPL 3연속 우승이다. 지난 5년간 4번이나 우승한 맨시티는 EPL 최강이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다.
안그래도 강력한 전력을 자랑하던 맨시티는 입단 첫해 EPL 한 시즌 최다 득점 신기록(36골)을 쓴 괴물 골잡이 엘링 홀란과 시너지 효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맨시티는 그 기세를 살려 6월 4일 ‘시끄러운 이웃’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FA컵 결승까지 내달리겠다는 각오다. 두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면 챔스 결승전도 자신 있게 준비할 수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트레블에) 더 가까워졌다”며 “이번 시즌 맨시티는 정말 잘 해냈다. 즐거움과 기쁨이 반복되는 시즌이다. 우리를 지켜보는 전 세계의 팬들도 행복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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