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싸게 판다더니”…명품 구매 대행업체 1억7천 ‘먹튀’

백지연 매경닷컴 기자(gobaek@mk.co.kr) 2023. 5. 1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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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구매 대행업체 이엔지에
현재 피해자만 전국 170여명
사기 규모 1억7000만원 달해
‘먹튀’ 쇼핑몰 이엔지를 홍보하는 블로그. [사진 제공 = 연합뉴스]
해외 명품을 싸게 판다고 광고한 뒤 돈만 받고 잠적하는 사기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이달 초까지 전국의 170여명이 구찌, 루이비통, 샤넬, 입생로랑, 디올 등 명품의 해외 구매를 대행해 주는 인터넷 쇼핑몰 이엔지(ENZ)에 물품 대금을 지급한 후 물건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지급한 금액은 1인당 평균 100만원이다.

물품 대금은 총 1억7000만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한 피해자는 1000만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는데 이는 피해자 중 가장 큰 피해 규모다.

이엔지는 그동안 해외 공급업체와 직접 계약해 백화점보다 제품가격이 10∼60%가량 싸다고 광고해왔다. 하지만 고객의 돈을 받고 나서부터 “물건이 배로 들어온다” “인기 상품이 1차 검수에서 불합격돼 다시 검수하느라 시간이 걸린다” 등을 이유로 무려 2∼3개월 동안 물건을 전달하지 않은 것이다.

일부 고객에게는 실제로 명품을 전달한 후 쇼핑몰에 사진과 후기 등을 올리도록 했다. 또 블로거들을 이용해 홍보에 나서면서 고객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이엔지의 유모 대표가 이달 초 잠적하면서 피해자들은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확인 결과 이앤지는 유모씨 명의로 지난 1월께 온라인 매장을 열고 광고를 시작해 2월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그러다 돌연 이달 초 고객들과의 연락을 끊었다.

피해자 중 한명이 지난 10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개설한 후 하루 만에 100명의 피해자가 모였으며 그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경찰 고소장 접수증. [사진 제공 = 연합뉴스]
이들은 채팅방에서 피해 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고, 피해자들 절반 정도가 거주지 인근 경찰서에 신고를 마쳤다. 상당수는 생업으로 인해 경찰서 신고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피해 사례를 접수한 경찰서들은 서울을 포함해 전국에 걸쳐 있어 곧 사건을 한 곳으로 취합해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피해자는 직접 이엔지의 사무실을 찾아 나섰다. 이들은 경기도 일산의 사무실은 공용 공간의 작은 방 한 칸을 빌려 주소만 올려놓았으며 임대 계약도 6월 말까지로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처음부터 사기를 칠 목적으로 설립됐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피해자 A씨는 “어버이날 선물로 부모님께 가방을 사드리려다 당했다. 쇼핑몰 사이트의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해도 전화가 꺼져있고 문자, 카톡, Q/A 게시판에 글을 올려도 아무런 답이 없어 사기임을 알았다”며 “이엔지의 광고가 아직도 포털에 올려져 있어 피해자들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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