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짜의사 행세’ 5년간 538건 기소···면허 확인 시스템 구축 법안 발의

민서영 기자 2023. 5. 18. 15: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게티이미지

의사면허증을 위조하는 등 ‘가짜의사’ 행세를 해 기소된 사례가 최근 5년간 500건이 훌쩍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관계자 등이 부정의료업자로 의심해 신고한 건수도 크게 늘었다. 국회에는 ‘정부가 면허의 정지·취소 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는 의료인 면허 확인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18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부정의료업자(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업으로 한 행위) 처분 현황을 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부정의료업자가 기소 처분을 받은 건수는 총 538건이었다. 정식재판에 넘겨진 건은 522건(97.0%)으로 이 중 62건은 구속기소 됐다. 약식기소는 16건(3.0%)이다.

의사면허증을 위조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는 ‘가짜 의사’는 수시로 적발됐다. 지난 1월엔 27년간 의사면허증을 위조해 전국 60곳 이상 병원에서 정형외과 전문의로 활동한 A씨(60)가 구속기소 됐다. 1993년 의대를 졸업한 후 의사국가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A씨는 타인의 의사면허증을 복사한 뒤 본인의 증명사진을 붙이는 방식으로 면허증을 위조해 병원에 취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에는 가짜 의사면허를 이용해 비대면 진료를 하고 의약품 처방전을 작성·발행해 온 30대에게 징역 5년 실형이 선고됐다.


☞ 28년 동안 환자 치료한 ‘가짜의사’…전국 병원 60곳 돌며 진료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301051302001

최근 의료계에서 이런 불법 의료 행위에 경각심을 가지면서 병원 관계자 등이 부정의료업자 의심 신고를 하는 건수도 크게 늘었다. 신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부정의료업자 신고 현황을 보면, 지난해 부정의료업자 사건으로 접수된 건은 842건으로 2018년(295건)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최근 (가짜의사 행세 사례와 관련한) 보도가 많이 나와 예전보다 이슈가 됐다”며 “회원분들도 (의료 비위 행위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는 등 여러 상황이 (부정의료업자 신고 증가에) 일조를 한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의 면허민원 홈페이지를 통해 보건의료인 등의 면허(자격) 등록사항을 조회할 수 있지만 ‘가짜면허’를 가려내기엔 한계가 있다. 업무 참고용으로 면허증에 기재된 정보(면허종별, 면허번호, 성명, 생년월일)가 시스템상에 등록돼있는 면허정보와 일치하는지만 확인할 수 있다. 면허 보유자의 신원 등 개인정보는 제공하지 않아 의료기관 개설자가 채용자의 신원확인을 하기 어렵다. 또 면허 행정처분 시스템과는 연동이 돼 있지 않아 면허 취소·정지 등 행정처분으로 인한 의료인 자격 정지여부도 확인할 수 없다.

신 의원은 무자격자의 의료기관 취업을 방지하기 위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 내용을 보면,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료인을 채용하는 경우 면허 사항을 확인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장관은 시스템을 구축·운영해야 한다. 의료인 면허 확인 정보 시스템에는 면허의 취소·정지 여부도 포함한다. 또 채용 대상이 되는 의료인은 면허에 대한 증명서를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제출해야 하고, 의료기관 개설자는 면허의 진위를 확인해야 한다.

신 의원은 “지난 27년간 의사면허증을 위조해 의사 행세를 한 범죄자로 인해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며 “무면허 의료행위를 미리 방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고, 철저한 면허관리를 통해 국민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