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文 대학, 한전공대에 칼 들이대는 尹정부
18일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한전 재무 위기를 고려해 에너지공대에 대한 한전 올해 출연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관계 부처 협의를 진행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전 출연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계 유일의 에너지특화대학 설립과 각종 지원을 통해 향후 에너지산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기대했던 나주를 중심으로 전남지역에선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주와 전남지역에선 한전공대가 ‘에너지신산업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나주 혁신도시와 함께 8.2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 조성, 초강력레이저 연구시설 유치 등으로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전남지역 미래를 개척하는 중추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했다.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전공대는 국가 균형발전과 에너지분야 세계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여·야 합의로 특별법을 제정해 만든 대학”이라며 “개교 1년 만에 정부·여당이 한전공대 흔들기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도 실국장 정책회의에서 “산업부의 출연금 전면 재검토는 시·도민에게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호남지역이 대대적으로 반발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전공대 설치 자체가 사실상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당시 호남 맞춤형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전임 정부가 세계유일의 에너지특화대학으로 설립한 대학을 후임 정부가 각종 이유로 지원금을 축소한다면 과연 정부정책을 어떻게 믿겠느냐는 게 반발하는 주된 이유다.
한전공대 설립은 2017년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이 호남용 대선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수면위로 급부상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한전공대 설치를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밀어붙였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5년 이내에 대학의 4분의 1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고, 지방 대학과 지역 소재 과학 특성화 대학에 에너지 관련 학과가 이미 많이 있는데 왜 한전공대를 신설하느냐는 지적이 수없이 제기됐다.
한전공대는 설립 논의 초기부터 한전의 천문학적 부채 등 재정문제뿐만 아니라, 기존 과학기술원과의 역할 중복 문제에서부터 입지선정을 두고 광주광역시와 나주시의 갈등, 대학시설 미준공 문제 등 각종 논란이 있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내년 정부 예산안 편성 시 취약계층에 대한 보편적 전기 공급과 에너지 복지 등 기금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을 중점적으로 발굴·추진하려는 것”이라며 “에너지공대 지원 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 위원은 “정부는 한전공대에 대한 지원금 전면 재검토의 칼을 빼 들면서 최근 전기료 인상에 나섰다. 즉 한전공대에 대한 지원금 축소는 단순히 전임 정부의 공약에 대해 칼을 들이대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향후 10년간 1조6000억원을 지원해야하는 한전의 빚잔치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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