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폭행에 강도 신고하더니…돌연 법정서 "中 가서 결혼할 것" 호소

불법체류 중국인 강도사건 결심 공판…피해자 "중국 돌아가서 결혼할 것" 처벌 불원

여자 친구의 이별 통보에 집에 찾아가서 무차별 폭행하고 금품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불법체류 중국인 30대 남성. 법정에서 돌연 피해자가 "결혼할 사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18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강도사건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불법체류 중국인 A(38)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첫 재판이었으나 A씨 측이 혐의를 대체로 인정해 재판이 마무리됐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8일 교제하던 중국인 여성 B씨가 헤어지자고 하자 화가 나 제주시 연동 B씨 주택에 찾아갔으나 전 남자친구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이성을 잃었다.

A씨는 집 현관에서부터 B씨의 몸통을 걷어차고 얼굴을 수차례 때린 혐의다. 이후 B씨 주거지에 있던 가방을 뒤져 체크카드 등을 훔쳐 은행 ATM기에서 현금 600만 원을 빼낸 혐의도 있다.

이날 A씨 측 변호인은 "전체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한다. 다만 가지고 나온 체크카드는 피해자와 피고인이 공동으로 사용하던 거다. 자신의 돈을 빼낸 거라 강도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피해자가 변호인 선임도 도와주고 이미 합의했다. 피해자와 피고인 간 중국으로 돌아가서 결혼하기로 약속했다.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피고인에게 선처를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A씨 역시 통역관의 도움을 빌려 "술을 마신 상태라 그날 피해자와 다툰 거 같다. 집에서 가지고 나온 체크카드 계좌에 제 돈이 들어가 있어서 빼냈을 뿐"이라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방청석에서 안절부절 못하던 B씨는 갑자기 일어나 손을 들어 발언 기회를 얻었다.

B씨는 "무서워서 경찰에 신고한 것은 맞다. 하지만 경찰 조사 때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피고인과 결혼하기 위해) 빨리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6월 29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열린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제주CBS 고상현 기자 kossang@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