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LH 층간소음과의 전쟁…'소음 제로' 아파트 시동

채신화 2023. 5. 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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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 가보니
매트설치로 층간소음 얼마나 줄일까
'층간소음 제로' 80만가구 공급 예정

"매트 깔고 경량충격음 들려주세요"
"…"

세종시에 위치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HERI) 차음성능실험실. 층간소음저감매트를 깔자 천장을 크게 울리던 소음이 급격히 잦아들었다. 매트만 깔아도 의자 끄는 소리 등 가벼운 소음은 충분히 줄일 수 있다는 게 단번에 입증됐다. 

LH가 '층간소음 제로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연구 개발에 한창이다. 신축 주택엔 자체 저감기술을 개발하고 주택 설계기준 강화에 나서는 한편, 올해 9월엔 '사후확인제' 첫 시범단지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층간소음 없는 고품질 주택 8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LH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에서 이용하는 중량충격음 실험 기계./채신화 기자

18일 LH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 차음성능실험실에서 매트 설치 유무에 따른 경량충격음과 중량충격음 수준을 체험해봤다. 

경량충격음은 가구 끄는 소리, 가벼운 물체 떨어지는 고주파 소음으로 상대적으로 가벼운 소리지만 천장에서 울리기 시작하자 잠시도 참기 힘들었다. 그러나 매트를 깔자마자 놀라울 정도로 소음이 줄어들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8월 층간소음 대책의 하나로 기축 주택에서 대상 가구가 층간소음저감매트를 설치하면 최대 300만원에 대한 이자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실험 결과대로 매트만 깔아도 소음 일부는 차단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중량충격음은 매트를 깔고 나서도 소음이 크게 줄지 않았다. 중량충격음은 어린이가 뛰어다니는 소리, 성인의 발망치 소리 등 저주파 소음으로 충격음을 울리자 쿵쿵 거리는 소리가 천장뿐만 아니라 공간 전체를 울렸다. 

곽병창 토지주택연구원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 수석연구원은 "중량충격음도 매트를 깔면 4데시벨(db) 정도 줄어들지만 바닥슬라브가 출렁이면서 소리가 나기 때문에 매트만으론 출렁임을 잡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LH는 정부의 소음저감매트 지원사업과 연계한 추가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전문기관과 협업해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다양한 보강 기술도 지속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LH 관계자는 "보완시공에 대한 기술 개발이 되고 있고 정부에서도 하반기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모든 산업계나 연구단체에서 현재 실현 가능한 보강 방법 있는지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세종에 위치한 LH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채신화 기자

신축 주택은 바닥 두께를 두껍게하고 밀도를 단단히 하는 방안 등을 적용할 예정이다. 

LH는 지난 2020년 LH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벽을 사이에 두고 옆집에 사는 거주자들끼리 구구단을 주고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층간소음, 벽간소음에 노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이후 토지주택연구원이 문제를 분석한 결과 시공과 설계에 원인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곽 수석연구원은 "경계벽을 끝까지 설치하지 않았거나 특정 구간에 콘센트를 뚫으면서 소음이 발생한 부분이 있었다"며 트라프구조, 콘센트 모듈 등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LH는 또 즉각적인 층간소음 성능개선을 위해 바닥두께 기준을 상향(21→25cm)해 정부의 핵심 주택정책인 뉴:홈에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바닥 두께 외에도 밀도를 높이는 방향도 검토한다. 

이밖에 라멘구조 효과 검증, 고성능 바닥구조 선도적용 등 우수기술개발에도 나선다. 

특히 층간소음에 강한 라멘구조와 벽식구조를 결합한 LH형 복합구조(LHSP구조)를 시범적용한 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H는 자체 기술개발과 함께 민간과 협력해 현장 적용성이 높은 층간소음 저감 바닥구조를 새롭게 개발하는 등 2025년까지 층간소음 저감설계 1등급을 현장에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초 사장 직속으로 컨트롤타워인 '국민주거혁신실'을 신설하고 층간소음 개선과 주택품질 혁신을 전담할 TFT(4개 분과 26개 부서)를 구성해 전사적 실행체계를 마련했다. 

지난해부터 새롭게 시행된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도 확대한다. 

1차 시범단지로 층간소음 우수기술이 적용된 양주회천 행복주택단지(880가구, 9월 준공 예정)를 선정해 사후확인제도를 시범운영한다. 2·3차 시범단지도 순차적으로 선정해 제도운영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우수사례를 발굴·공유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LH는 층간소음 없는 고품질주택 8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수진 국민주거혁신실장은 "층간소음이 대표적인 국민 불편사항이 된지 오래됐으며, 이제는 적극적인 문제해결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전사적인 역량을 결집해 층간소음으로 인한 국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도록 LH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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