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칼럼] "안보가 최우선인 시대…'이것' 고려해 분산투자해라"

박재원 2023. 5. 1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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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리더의 시각

김민균 미래에셋증권 고객자산배분본부장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3기를 맞아 아시아, 유럽, 남미, 아프리카 국가들과 연쇄 정상외교를 진행하며, 미국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 역시 재닛 앨런 재무부 장관이 대중 관계에 있어 경제적 이익과 상충되더라도 안보가 최우선이라고 선언하며, 기술 확보 및 공급망 재건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중 간 패권 다툼 및 탈세계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 이제 세계 각 국가들은 국가 안보를 경제에 우선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졌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최근 한미 워싱턴 선언과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 간 더욱 선명해진 동맹관계를 구축하며, 미국 대 중국·러시아 구도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더 강화하는 선택을 내렸다.

한편, 한국의 전체 수출 중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로 이 중 대중국 수출 비중은 최고치였던 25%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0월 전망치와 비교해 보면 미국은 1.2%에서 1.6%로, 중국은 4.4%에서 5.2%로 상향 조정됐다. 반면 한국은 2.0%에서 1.5%로 낮아져 비교적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되었는데, 앞선 대외 정책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렇듯 각 국가들이 국가 안보를 우선으로 선택적인 동맹을 맺고, 공급망을 재조정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수출과 투자 다변화를 통해서 성장을 지속해야 하며,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특정 국가에 치우친 투자가 아닌 글로벌한 분산투자가 더욱 중요해진 시기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가 안보를 구성하는 산업에 대한 이해를 키울 필요가 있다. 국가 안보는 전통적인 군사, 천연 자원, 보건 및 공급망과 같은 분야 외에 배터리, 재생에너지, 사이버보안, 우주, 반도체 등과 같은 첨단 기술 산업으로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 중 반도체, 배터리 산업에서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올해 초 배터리 관련 주식들이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 국가 안보 우선 시대에는 지역 분산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생각하며, 국내 안보 관련 산업의 잠재된 리스크 또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반도체: 미국 반도체 업체에 대한 분산 투자 필요 

4차산업으로의 변화 과정에서 AI의 활용과 반도체 부품들의 적용 범위가 점차 넓어짐에 따라,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산업은 국가 안보 관점에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반도체 지원법 제정을 통해 미국 반도체 업체에게 정부 자금을 지원해 줌으로써 반도체 기술의 주도권을 다시 되찾아오려 있다. 이런 정부 정책 기조 속 최근 인텔은 ARM과 전략적 협력을 선언하며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TSMC의 높은 기술력으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파운드리 시장 내 삼성전자와 인텔의 2위 경쟁이 가속화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며, 미국 반도체 업체에 대한 분산 투자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EV/배터리: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도 주의 깊게 봐야

우리나라의 배터리 업체들은 우수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완성차(OEM) 업체들과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유럽(프랑스)의 선택적 동맹의 행보를 볼 때 국제 무대에서 영원한 동맹이 없다는 것을 고려해야한다. 특히 지난 5월 3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조사에서 중국 BYD는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 16.2%로 2위에 올랐다. 지금까지 중국은 저가형 배터리를 통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상승시켰다고 할지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이 탄탄한 내수 시장 수요와 함께 해외 수출 확대로 ‘생산 경험’을 증폭시킨다면, 가격 경쟁력에서 더 나아간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며, 이는 한국 기업들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또한, 미국과 유럽이 반도체 지원법처럼 자국기업 육성에 나서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협상력이 강해진다면 한국기업의 입지가 줄어들 수도 있다.

 천연 자원 및 식량: 자원 민족주의에 대한 대책 마련 필요 

태양광과 이차전지 양극재의 핵심 원료인 리튬에 대해 한국은 전체 리튬 수입량의 95%를 중국(64%)과 칠레(31%)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공급망 다각화를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자만, 녹색 금속을 보유한 국가에서는 오히려 자원 민족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4월 21일 칠레는 리튬 생산을 위한 국영 기업 설립 계획을 발표하였고, 5월 1일 멕시코 상원은 민간 기업의 리튬 채굴 기간을 5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하는 광산법 변경을 승인하였다. 이에 따라 앞으로 리튬과 관련된 신사업을 발표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자원 확보와 실행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달러 약세에 대비한 통화 분산도 고려해야

지난 해 미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 상승 간에는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하지만 올 5월 FOMC 이후, 연준 금리 인상 중단에 대한 투자자들의 켄센서스가 모아지고 있으며, 이에 달러 약세의 방향성에도 대비가 필요하다. 달러 약세는 신흥국 통화 및 엔화의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미국 달러 중심 투자자들은 타 글로벌 통화로의 분산을 생각해봐야 한다. 유로 및 엔화로 상장된 달러헤지형 ETF를 활용하거나, 유럽, 일본, 중국, 대만 등 각 국가별 국가 안보적으로 전략적 핵심 산업에 속한 기업에 직접 투자를 고려해볼 수 있다. 안보 최우선의 변동성 시대, 한국 투자자라면 ‘분산 투자’의 방패막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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