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으로 재탄생한 '베니스의 상인들'…"웃음 속 희망 전하죠"

[서울=뉴시스]국립창극단의 신작 '베니스의 상인들'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1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국립창극단 제공) 2023.05.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셰익스피어 5대 희극 중 하나인 '베니스의 상인'을 우리 시대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시켰어요. 웃음 속에 긍정적인 에너지와 희망을 담고 있죠."

국립창극단이 신작 '베니스의 상인들'을 오는 6월8일부터 1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초연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을 현대적으로 각색하고 우리 소리로 풀어냈다.

이성열 연출은 1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종·종교적 편견 등 현대적인 감수성에 어울리지 않는 지점은 과감하게 빼고 새로운 서사로 변형해 이 시대에 맞는 작품을 만들었다"며 "젊은이들이 사랑과 패기, 연대로 장애물을 뚫고 이겨내는 서사를 통해 용기와 희망을 전한다"고 말했다.

작품은 독점적 대자본에 대항하는 젊은 소상인들의 이야기로 탈바꿈했다. 원작의 베니스 무역업자 안토니오는 젊은 소상인 조합의 리더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선박회사를 운영하는 노회한 대자본가로 바뀌었다. 젊은 상인들이 진취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부각하고자 원작 제목에 '들'을 붙였다.

베니스 상인조합 리더 안토니오의 의형제 바사니오가 벨몬트 섬의 상속자 포샤를 보고 첫눈에 반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바사니오를 위해 안토니오는 대자본가 샤일록에게 돈을 빌리려 하고, 샤일록은 이 기회로 눈엣가시였던 상인조합을 해체할 계략을 꾸민다.

[서울=뉴시스]김은성 작가가 1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국립창극단의 신작 '베니스의 상인들' 기자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국립창극단 제공) 2023.05.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연출은 "기득권을 확장하려는 자본가 샤일록과 흙수저 출신에 민중들의 대변인인 안토니오의 두 세계관이 부딪친다"며 "샤일록은 뱀처럼 간교하고 영리하며, 안토니오는 오뚜기처럼 굴하지 않으면서 강직하고 우직한 이미지를 떠올렸다"고 밝혔다.

극본은 연극 '썬샤인의 전사들', '빵야' 등을 쓴 김은성 작가가 맡았다. 오페라, 뮤지컬 대본을 써본 적은 있지만 창극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작가는 "대극장 음악극으로 바꾸기 위해선 인물들의 규모부터 키울 필요가 있었다. 샤일록을 베니스 무역을 주도하는 대자본가, 안토니오를 소규모 상인조합 리더로 바꿨다. 대규모 무역업자와 소규모 상인조합간 대결로 바뀐 게 각색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어 "몇 해 전부터 국립창극단 작품을 보는 건 큰 즐거움이었다. 전성기라고 할 정도로 배우들의 실력이 뛰어나고 작품 완성도가 높았다. 집필 제안을 받고 욕심에 덜컥 받아들였는데, 마음고생을 꽤 했다"며 "3~4개월 정도면 끝날 줄 알았는데, 꼬박 1년이 걸렸다. 작창팀의 도움으로 많이 수정하며 만들어 갔다. 우리 소리의 원류를 담아낼 수 있는 노랫말을 쓰고자 몸부림쳤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국립창극단 신작 '베니스의 상인들' 기자간담회가 1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국립창극단 단원 김준수, 민은경. 유태평양.(사진=국립창극단 제공) 2023.05.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엔 역대 창극단 작품 중 최다인 62개곡이 담겼다. 창극 '귀토'·'리어' 등에 참여한 한승석이 작창을 맡았고, 대종상 영화제 음악상을 네 차례 받은 원일이 작곡했다. 국립창극단의 작창가 프로젝트에 참여한 두 작창가가 이번에 조연출 성격인 작창보로 함께했다.

원일 작곡가는 "한승석 작창가는 판소리 원형의 힘을 노래로 그대로 가져가는 특징이 있다. 저는 오리지널 판소리 작창의 힘을 어떤 음악의 프레임으로 전달할 것인가 고민했다. 이례적으로 전자음악을 많이 썼고 록, 팝, 헤비메탈 등 대중적인 음악의 틀에 이를 녹여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진 자인 샤일록은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록적인 사운드로, 상인들을 응집하는 안토니오는 사람을 설득시키는 목소리와 리듬으로 표현했다"며 "상인들의 연대가 갖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위해 음악이 힘차게 항해하는 듯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안토니오와 샤일록 역에는 국립창극단 간판 스타 유태평양과 김준수가 나선다. 벨몬트의 주인이자 지혜로운 여인 포샤는 민은경, 사랑에 빠진 젊은 청년 바사니오는 김수인이 연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