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출산휴가 자유롭게" 11개 법안 무더기 발의
年 1.5만명 이상 사용하지만
"전혀 활용못해" 응답도 30%
'청구' 대신 통지로 변경 추진
"사업주 부담도 고려해야 안착
확인 절차 등 제도 보완 필요"
앞으로 근로자가 사측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배우자 출산휴가를 더 쉽게 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산 문제 해법에 대한 공감대가 큰 상황에서 여야가 배우자 출산휴가제를 근로자 중심으로 바꾸는 내용의 개정안을 무더기로 발의한 덕분이다. 남성의 육아 참여를 늘림으로써 저출산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노동환경에 대한 다각적인 고민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배우자 출산휴가를 규정한 제18조의2를 개정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이날 기준 11개나 발의됐다. 법안을 보면 다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한 법안이 9개다. 나머지 2개 법안은 국민의힘에서 추진한다. 여야 구분 없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두텁다는 것이다.
11개 법안 내용은 거의 같다. 근로자가 배우자의 출산을 이유로 휴가를 쓸 때 사업주에 ‘청구’라는 단어를 없애거나 청구를 대신해 고지 또는 통지로 바꾸는 것이다. 18조2는 근로자가 사업주에 배우자 출산휴가를 청구할 경우 10일 동안 휴가를 주도록 한 조항이다.
여야가 기존의 ‘청구’ 문구를 고치려는 배경은 저출산 극복을 위해 남성의 육아 참여를 늘리고 근로 현장을 고려해서다. 사업주가 출산휴가 신청을 받고도 허용하겠다는 의사를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면 근로자 입장에서 휴가를 쓰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해외와 비교해도 한국의 배우자 출산휴가제도는 경직됐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영국과 프랑스·아일랜드는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업주에게 고지하거나 통지하면 된다. 배우자 출산 후 90일 이내 휴가를 청구해야 하는 한국과 달리 프랑스의 경우 1개월 전에 고지할 수 있을 만큼 제도가 유연하다.
배우자 출산휴가 수요도 꾸준한 상황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배우자 출산휴가 사용에 따른 정부 지원자(급여 수급자) 수는 2020년과 2021년 모두 1만 8000명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만 6000명 선으로 다소 줄었지만 현장 수요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고용부의 ‘2020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배우자 출산휴가를 전혀 활용할 수 없다는 응답률이 30%에 이른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올해 1월 발표한 배우자 출산휴가 사용권 확대에 관한 보고서도 “18조2에서 청구를 고지 또는 통지로 바꾸는 것은 근로자의 사용 부담을 낮추는 것”이라며 “배우자 출산휴가는 저출산 극복 방안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법안이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사업주의 부담이다. 관련 법안에 대한 국회 검토보고서를 종합하면 고용부는 출산 사실에 대한 통지만으로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용하게 되면 사업주의 확인 절차 없이 휴가를 사용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제도 내에서도 배우자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다는 점도 법안 논의 과정에서 고려 요인으로 꼽힌다. 고용부의 저출산휴가 급여 시행지침에 따르면 배우자 출산휴가를 10일 미만으로 부여한 사업주에게 5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일각에서는 노동환경 전체에 대한 다각적인 고민 없이 저출산 문제 해결에만 치중하는 입법 경쟁 현상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당 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다룬다. 하지만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의원들 중 다수는 환노위 소속의원이 아니다. 환노위 소속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저출산과 같이 쟁점이 덜하고 인기 영합주의처럼 보일 법안들이 과잉 입법되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며 “21대 국회만하더라도 노동조합이나 근로기준에 대한 법안 발의가 뜸하다가 노동 개혁, 근로시간제 개편 등 이슈가 터지자 입법안이 쏟아졌다”고 지적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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