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탄 커피 먹여 내기 골프' 3천만원 가로챈 일당 '징역 2년→1년'…왜?

양형부당 쌍방 항소…법원 "피해자와 합의, 처벌원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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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친구에게 마약 성분이 든 커피를 먹인 뒤 내기 골프를 쳐 수천만원을 가로챈 일당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피해자와의 합의가 감형에 결정적인 요소로 고려됐다.

전주지법 제3형사부(부장판사 이용희)는 18일 사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58) 등 3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 등은 지난해 4월8일 전북 익산의 한 골프장에서 지인 B씨(53)에게 향정신성의약품(로라제팜)을 커피에 타 마시게 한 뒤 내기 골프를 쳐 총 3000만 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결과 이들은 B씨와 내기 골프를 치기 전 피해자 섭외, 약물커피 제조, 금전 대여, 바람잡이 등 역할을 분담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A씨 일당은 B씨에게 "사람을 모아볼 테니 한 타당 30만원씩 판돈을 걸고 내기 골프를 하자"고 제안했다. 평소 골프 실력에 자신이 있던 B씨는 일당 중 친구인 조폭의 제안을 수락했다.

내기 골프 당일 A씨 등은 커피에 처방받은 로라제팜을 몰래 탄 뒤 이를 B씨에게 마시게 했다. 로라제팜은 신경 안정제로 항불안제와 예비 마취제 등으로 쓰이는 약물로, 국내에서는 '의료용 마약류'로 분류돼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살 수 있다.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B씨는 게임 중단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A씨 등은 얼음물과 두통약을 주면서 B씨가 계속 골프를 치도록 했다. 결국 내기에서 진 B씨는 하루 아침에 3000만원을 잃었다.

1심 재판부는 "친구로 지내던 피해자의 인적 신뢰 관계를 이용해 범행하고, 피고인 중 일부는 실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는데도 유사한 형태의 범행을 저질러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A씨 등 3명에게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러자 검찰과 A씨 등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장을 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원심에서 피해자를 위해 공탁했고, 당심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며 "1심의 양형이 더 이상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다고 보기 어려워 감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iamg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