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잠수함 비하면 호텔급”… 내년 여군도 타는 ‘도산안창호함’ 내부 언론 첫 공개

정충신 기자 2023. 5. 1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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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BM으로 정밀 타격 가능한 ‘최강 수중전력’
도산안창호함 내부 사관구역 통로. 해군 제공

해군이 지난 17일 경남 진해 군항에서 우리 기술로 독자설계·건조한 첫 번째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SS-083) 내부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해군 관계자는 “잠수함 특성상 좁고 열악한 환경인 건 맞지만, (도산안창호함은) 기존 잠수함과 비교했을 땐 ‘호텔급’이라고 할 수 있다”며 “편의시설 뿐만 아니라 능력도 상당히 업그레이드됐다”고 설명했다.

도산안창호함은 공기불요추진체계(AIP)와 함께 국산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해 디젤엔진 잠수함의 취약점인 ‘스노클’(잠항 중 주기적으로 수면 가까이 올라와 흡입관으로 공기를 빨아들이고 배기관을 통해 폐가스를 내뿜는 작업)을 최소화했으며, 수중에서 수 주 이상 작전을 수행하는 게 가능하다.

맨홀 뚜껑 형태의 해치를 열고 잠수함 안으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면 “일반 함정 내부와 비슷한데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든다. 잠수함 내부 공간은 거주구역과 무장 적재실, 전투지휘실, 기관실 등으로 나뉘어 있으며, 천장과 벽면엔 각종 배관과 전선·밸브 등으로 꽉 차 있다.

해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사관 침실. 해군 제공

도산안창호함엔 내년부터 여군 승조원도 승선한다. 군 당국은 도산안창호함에서 근무할 여군 장교는 이달 중, 부사관은 내달 중 선발해 교육훈련을 시작할 계획이다. 선발인원은 지원자 수 및 교육훈련 수준에 따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해군 관계자는 “잠수함 내에선 ‘여군’이 아닌 같은 승조원으로 볼 것”이라며 “숙소의 경우 여군을 따로 분리할 계획이고, 화장실은 마치 비행기와 같이 1명씩 사용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도산안창호함 내 거주구역엔 길이 1.9m짜리 침상이 3층으로 들어가 있고, 사물함과 책상이 붙어 있다. 맨 아래 침상엔 언뜻 들어가는 것조차 힘들어 보인다. 6인·3인실이 대부분이었고, 함장실이 유일한 ‘독방’이다. 그러나 시설은 특별히 더 좋아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근무하는 것 자체가 국가에 대한 헌신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승조원 규모(50명)에 크게 모자라지 않게 설치돼 있다. 그러나 실제 작전이 시작되면 평소처럼 물을 풍족하게 쓰지 못한다. 물을 아껴야 하는 건 물론이고, ‘정숙’이 잠수함의 미덕인 만큼 최대한 소음을 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바닷속 잠수함에선 땀 냄새가 절로 난다. 함정마다 다른 이 냄새 역시 각 함정의 ‘문화’로 여겨진다고 한다.

대형TV와 각종 서적이 구비된 식당으로 이동하면 마치 ‘광장’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다. 일반 함정과 비교했을 땐 ‘좁은’ 곳임이 분명하지만 잠수함 내에선 승조원 20명이 모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물론 작전 수행 중엔 지상에서와 같은 음식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한다. 과자류를 파는 매점도 잠수함 안에 있었다.

도산안창호함 내부엔 잠수함의 ‘두뇌’인 지휘통제실, ‘심장’인 기관실과 함께 강력한 화력을 내뿜을 수 있는 무장시설이 있다. 잠수함 앞부분엔 수평발사관 6개와 유도탄·어뢰·기뢰 등 20여발을 5분 안에 자동 재장전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 또한 수직발사관(VLS)에 탑재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는 지상 핵심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해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격실 계단. 해군 제공

도산안창호함은 ‘장보고-Ⅲ’(KSS-Ⅲ) 잠수함 1번함으로서 길이 83.5m, 폭 9.6m 크기다. 이는 기존 ‘장보고-Ⅰ’(55.9m·6.2m, 1200t급) ‘장보고-Ⅱ’(65.3m·6.3m, 1800t급)에 비해 대폭 커진 것이다.

특히 잠수함의 생명인 ‘은밀성’을 강화하기 위해 선체엔 1만여장의 음향무반향코팅제를 붙였고, 탄성마운트 등 최신 소음저감 기술을 적용해 “선체 크기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잠수함과 유사한 수준의 음향 스텔스 성능을 확보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장보고-Ⅲ급은 전 세계에서 운용 중인 디젤 잠수함 중에서 ‘가장 조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도산안창호함은 장비 국산화율 ‘76%’란 높은 수치를 달성했다. 기존 장보고-Ⅰ(33.7%)과 장보고-Ⅱ(38.6%)에 비해 약 2배 높은 것이다. 장비 국산화 비율이 높아지면 긴급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적시에 정비지원을 받을 수 있고, 부품 단종 부담이 줄어 장기간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해진다.

진해 군항엔 도산안창호함 등 잠수함 승조원들을 교육하기 위한 종합훈련장도 마련돼 있다. 이곳에선 360도로 주변 환경을 구현한 스크린, 실제 잠수함과 같은 크기의 시뮬레이터 등이 있어 조종·조합 등을 체험할 수 있다.

해군 관계자는 “출입항과 연안 항해는 물론 야간 상황, 저시정 상황 등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며 “승조원들이 이곳에 오는 걸 두려워할 정도로 혹독하게 교육한다. 그 덕분에 실제 잠수함을 타는 인원들은 모두 ‘정예 해군’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형균(대령) 도산안창호함장은 “도산안창호함은 대양작전과 장기작전 수행에 최적화된 세계적 수준의 잠수함으로서 강력한 해양강군의 핵심 축이자 전방위 위협에 대응하는 국가 전략 무기체계”라며 “승조원 모두가 최고도의 결전태세를 확립해 전략적 비수로서 우리 바다를 굳건히 지키겠다”고 밝혔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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