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뜻·부산 의지' 한발 물러선 박완수…결국 행정통합 '속도조절'
"통합 의견 도민 묻기보다 먼저 통합 과정 등을 제시했어야" 잘못 시인
"부산 적극 통합 나서야 가능, 경남 노력만으로 안 돼 하반기 여론조사 연기 고려"
"일본 위안부 역사관 자료 수집 등 여건 되면 다시 판단, 안전 확보 없는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박완수 경남지사가 부산-경남 행정통합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서며 그동안 적극적인 태도에서 한발 물러섰다. 행정통합의 핵심 주체인 도민은 물론 부산의 의지와 관심이 박 지사와 달리 그만큼 강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8일 경남도청에서 박 지사와 기자들이 만난 간담회에서는 지역 최대 현안인 부산-경남 행정통합 질문이 쏟아졌다.
박 지사는 "제 입장은 도민 뜻을 따르겠다는 것이고, 경남이 결코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부산에서 열린 부산-경남 행정통합 토론회에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등 부정적인 견해가 다수 나온 데다 경남과 달리 엑스포를 준비 중인 부산의 통합 입장과 관심이 적극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 지사는 "상반기 여론조사를 하겠다는 것은 도민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해 추진 여부를 빨리 결론 내려 어떤 갈등 요인이나 행정 낭비를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지금 보니까 통합의 장단점을 알릴 시간적 여유도 필요한 것 같고, 부산도 엑스포 유치가 현안 사항이라 관심도 부족해 여론조사를 하반기로 늦출까 하는 생각도 한다"고 밝혔다.
특히, 박 지사는 먼저 행정통합에 대한 도민의 뜻을 듣고 추진하겠다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그는 "도민의 여론이 긍정적이면 그때부터 통합 구조나 특별법, 위상 등 통합에 대한 과정을 도민에게 알리려고 생각했는데 그게 거꾸로 됐고, 잘못됐다"고 시인했다.
그동안 부산-경남 행정통합을 선언한 이후 도민이 확신이 들 정도의 통합 이유나 설명, 장단점, 통합 모델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여러 제기돼 왔지만, 박 지사는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박 지사는 "토론회 과정에서 나온 통합 이후의 자치단체 위상이나 권한, 기능, 특별법 등 이런 내용을 먼저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부산시와 의논해 이 부분을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정통합을) 서두른 적은 없고 서두를 이유도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박 지사는 '부울경 특별연합'을 파기하고 부산과의 행정통합을 선언할 당시 단계별 로드맵을 내놓으며 2026년까지 행정통합을 마무리하겠다고 속도를 냈었다.
실제 지난 간담회에서 "시도민의 뜻이 긍정적으로 확정되면 통합은 급물살을 탈 것"이라며 "2026년 통합을 못 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박 지사는 "2026년 통합 자치단체장 선거를 하겠다는 것은 시간 여유가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박완수가 혼자서, 경남이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부산의 호응과 노력도 같이 이뤄져야 하므로 서두를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통합의 부정적 견해가 다수 나온 데 대해 "뒤에 보니깐 찬성보다는 반대하는 토론만 했다"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관심 사항이다 보니 통합의 질문이 계속 나왔지만, 박 지사는 "충분히 설명했다"며 질문을 받지 않았고, 뒤 이어 또다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통합에 노력할 때 이뤄진다. 경남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여건이 지금 서두를 일이 아닌 것으로 보고 여유를 가지고 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복해 말했다.
자칫 행정통합이 무산되면 '도민 뜻'과 '부산 의지' 탓으로 책임을 돌리려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최근 시민사회로부터 비판받는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 백지화에 대해 "전임 도지사 시절에 역사관 건립 용역을 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용역 결과 보고서에 자료 부족 등 현재 상황에서 적절치 않다고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료 수집 등 어느 정도 갖춰지면 그때 다시 판단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천에 설립될 우주항공청에 대해서는 "정부의 계획대로 연말 설치에 대한 걸림돌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 관문이 국회의 특별법 통과인데, 국회를 방문했을 때 여야 의원들이 다 동의했고, 정청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도 5월 중에 통과하기로 저와 약속했다"고 밝혔다.
박 지사는 "그런데 현재 여야가 현안 대립 등 상임위가 잘 안 열리고 있다"며 "여야 합의로 상임위가 열리면 통과되고, 본회의도 그렇게 될 것으로 본다. 민주당도 당론으로 반대하지 않고 찬성 의견이 있기 때문에 국회를 통과하는 데 큰 무리는 없다"고 자신했다.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서는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오염수 방류는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중단됐다가 재추진을 천명한 지리산 케이블카에 대해서도 "경남도의 중요한 정책 중 하나가 관광 개발이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 지사는 "지자체간 갈등은 도가 조정을 해야 한다. 산청이든, 함양이든 우선 한 곳을 먼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최근 벌목 등 개선공사로 창원 도심 한복판에 미군 사격장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과 관련해서는 한미 간 행정협정에 의해 이뤄져 도가 관여할 입장은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폐쇄 건의 등 창원시와 의논해 도가 할 일이 있다면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박 지사는 가야고분군이 세계문화윤산으로 등재되면 3개 지자체와 공동으로 가야 역사에 대한 재조명 등 종합계획을 만들어 정부에 추진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심각한 청년 인구 유출과 관련해서는 "일자리와 교육 문제로 주된 이유"라며 "청년이 선호하고 경쟁력 있는 대학을 일단 육성해야 하고, 요즘 제조업을 꺼리는 데 서비스 산업 활성화 등 청년이 선호하는 일자리도 만들어야 청년이 경남에 머무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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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CBS 최호영 기자 isaac0421@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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