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올인원 셋톱박스로 미디어 매출 5조 달성 ‘속도’… ‘포스트 우영우’ 발굴 과제
콘텐츠-플랫폼-단말 잇는다… 셋톱박스 시너지 기대
‘제2의 우영우’에 달린 성패… ‘수장 부재’는 걸림돌
KT가 18일 프리미엄 셋톱박스 신제품을 공개하고 콘텐츠와 플랫폼, 단말을 아우르는 미디어종합사업자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재확인했다. KT스튜디오지니, ENA를 중심으로 구축한 콘텐츠 제작·유통 밸류체인에 프리미엄 셋톱박스 제품군을 더해 ‘2025년까지 그룹 미디어 매출 5조원 달성’ 목표 실현을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KT그룹 미디어 매출은 지난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흥행에 힘입어 전년 대비 9% 성장한 4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KT는 프리미엄 셋톱박스 제품군 확장을 통해 유료방송 사업 수익 방어에도 나설 계획이다. 전체 가입자 증가 대신 가입자 1인당 매출액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 매출 성장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전날 발표한 ‘2022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와 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 종합유선방송,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624만명으로 직전 반기보다 24만명(0.67%) 느는 데 그쳤다.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은 이날 서울 중구 노보텔앰버서더에서 열린 ‘2023 KT그룹 미디어데이’에서 ‘지니 TV 올인원 셋톱박스(STB)’를 소개하며 “올해는 미디어 매출이 그룹의 본격적인 성장 엔진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KT는 콘텐츠 뿐만 아니라 플랫폼과 단말에 이르기까지 고객에게 최고의 콘텐츠 시청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혁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STB는 IPTV 셋톱박스, 무선인터넷 공유기, 인공지능(AI) 스피커를 하나로 통합한 ‘올인원’ 제품이다. 강 부문장은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대유행)을 계기로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인테리어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새로운 가구를 들이는 과정에서 자연히 셋톱박스 등 기기를 TV 뒤로 숨기는 트렌드가 생겨났고, KT는 여기서 착안해 ‘거실에 자연스럽게 놔도 되는’ 올인원 셋톱박스를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인원 셋톱박스는) 사실 직접 낸 아이디어였는데, 스피커 전파 간섭·발열 등의 문제로 내부 반발이 심했다”며 “KT 기술진이 1년 넘게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시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제품과 가장 큰 차별점으로는 디자인과 기술력을 꼽았다. 강 부문장은 “이탈리아 출신 산업 디자인 거장, 스테파노 지오반노니와 협업해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디자인 어워드인 ‘2023 iF 디자인 어워드’와 ‘2023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동시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고 했다. 이어 “통신사 IPTV 셋톱박스 중 세계 최초로 HDR 기술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돌비비전’과 ‘HDR10+’를 동시 지원한다”며 “극중 인물의 대사가 더 잘 들리도록 주파수 대역을 증폭하는 ‘보이스 부스트’ 기술도 적용했다. KT가 자체 개발한 기술이다”라고 덧붙였다. 스피커는 하만카돈 제품으로, 돌비 애트모스 기반 고음질을 지원한다고 했다.
KT는 새 셋톱박스 출시를 발판으로 연말까지 안드로이드TV 운영체제(OS) 기반 셋톱박스를 250만대 이상 보급할 계획이다. 강 부문장은 “유료방송 가입자 증가폭이 둔화된 영향을 받고 있다”며 “최대한 보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유료방송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하는 이유로는 ‘인구 감소’를 들었다. 강 부문장은 “한국은 글로벌 시장과 달리 OTT로 인한 코드커팅은 심하지 않지만,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며 “프리미엄 셋톱박스를 통해 전체 가입자 성장보다는 1인당 매출액을 올리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했다.
KT의 자신감에도 업계에서는 일련의 성과가 결국 KT스튜디오지니의 차기작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KT의 콘텐츠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KT스튜디오지니는 우영우 이후 시청률 관점에서 유의미한 작품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범 첫 해 별도기준 48억원의 영업손실과 3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KT스튜디오지니는 ‘우영우 신드롬’으로 지난해 영업이익 96억원, 당기순이익 1771억원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KT의 지배구조 개선도 관건이다. 그룹 수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중장기 전략을 실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관측이다. KT는 KT스튜디오지니를 통해 ①지니뮤직(밀리의서재)과 스토리위즈에서 발굴한 원천 지식재산(IP)을 ②KT스튜디오지니에서 콘텐츠로 투자·제작하고 ③스카이라이프TV(ENA) 채널로 송출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KT는 2021년 밀리의서재를 지니뮤직에 편입시키고, 지난해 스카이TV와 미디어지니의 핵심 채널을 ENA ‘패밀리 채널’로 새롭게 선보인 바 있다. 지난해 말에는 스카이TV와 미디어지니의 합병 법인을 출범시켰다.
KT스튜디오지니는 올해 액션, 스릴러, 판타지 등으로 장르를 넓혀 ‘우영우 신화’를 이어갈 방침이다. 내년에는 자체 기획 작품을 다수 선보여 오리지널리티를 강화할 예정이다. 김철연 KT스튜디오지니 대표는 “지난 1년간 12편의 작품을 선보였고, 크고 작은 성과를 이룬 것 같다”며 “2023, 2024년은 충족되지 못한 시청자 수요를 찾아, 시청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모두 KT스튜디오지니 라인업에서 찾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또 “연 평균 30편 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CJ ENM과 글로벌향 공동 대작을 제작하기 위해 긴밀히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KT스튜디오지니의 기업공개(IPO) 시점에 대해서는 “적정한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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