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선거, 라이칭더·허우유이·커원저 ‘3파전’ 확정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과 제2야당 민중당이 후보를 확정하면서 내년 1월 치러지는 총통 선거가 3파전 구도로 막을 올리게 됐다. 내년 대만 총통 선거는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 치러지는 미·중간 대리전 성격을 갖게 되면서 국제사회의 더 비상한 관심을 끌게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집권 민진당이 우세한 형국이지만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와 제3정당인 민중당의 약진 여부가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대만 국민당은 지난 17일 허우유이(侯友宜) 신베이(新北) 시장을 총통 후보로 확정했다고 중앙통신사 등이 18일 보도했다. 국민당에서는 허우 시장과 함께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 창업자가 총통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당의 결정에 따라 허우 시장이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주석은 후보를 공식 발표하면서 과학적 통계와 당내 공통된 의견을 근거로 허우 시장을 총통 후보로 지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배를 마신 궈 창업자는 허우 시장에게 축하의 뜻을 전하며 선거 승리를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중당도 같은 날 중앙위원회를 열어 당 주석인 커원저(柯文哲) 전 타이베이 시장을 총통 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무소속으로 두 번의 타이베이 시장을 지낸 커 주석은 2019년 민중당을 창당해 총통 선거를 준비해왔다. 민중당은 대만 독립 성향이 강한 민진당과 상대적으로 친중 노선을 걷는 국민당 사이에서 중립 노선을 표방하며 제3세력화를 노리고 있다.
앞서 집권 민진당은 지난달 당 주석인 라이칭더(賴淸德) 현 부총통을 총통 후보로 확정한 바 있다. 대만의 전통적인 양당간 경쟁 구도에 제3정당이 가세한 형태로 내년 총통 선거가 치러지게 된 것이다.
현재 여론조사에서는 라이 부총통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라이 부총통은 지난 16일 대만민의기금회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35.8%의 지지율을 얻어 허우 시장(27.6%)과 커 주석(25.1%)에 앞섰다. 하지만 민진당이 쉽게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는 없다. 대만민의기금회 조사에서는 민진당의 재집권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1.1%로, 지지한다는 응답(40.0%) 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진당 재집권을 낙관한다는 응답도 41.7%로 낙관하지 않는다는 응답(47.3%)에 미치지 못했다. 민진당은 지난해 11월 지방선거에서도 22개 광역단체장 자리 중 5곳을 차지하는 데 그쳐 국민당에 쓰라린 패배를 맛본 바 있다.
또 앞으로 8개월 가량 남은 대만 총통 선거에서는 양안 관계와 제3정당인 민중당의 부상 여부가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중국은 내년 총통 선거를 앞두고 민진당으로 대표되는 대만 독립 세력과 일반 민중에 분리 대응을 하며 선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 미국은 이에 대응해 지속적으로 대만에 안보 지원을 약속하며 민진당의 정권 재창출을 우회 지원하려할 가능성이 있다. 미·중 갈등 속에서 대만해협의 긴장감이 고조된다면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구도에서 현재 20%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민중당 커 주석이 제3지대를 공략해 표밭을 넓혀간다면 선거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박빙의 승부가 될 수 있다. 국민당이 8년만의 정권 탈환을 위해 민중당과 후보 단일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지만 총통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 일정한 지지 기반을 확보해야 하는 민중당이 단일화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커 주석은 앞서 민중당 총통 후보로 등록하면서 “(국민당과 민중당은) 양립할 수 있는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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