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태클 걸린 대한항공 '합병 파고 어떻게 넘을까'

나은수 2023. 5. 1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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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 중간심사보고서 발표
대한항공 "통상절차…우려해소 최선" 입장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중간심사보고서를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 관련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두 기업 결합 시 한국-유럽 일부 노선에 대해 가격 상승과 서비스 품질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면서다.

이번 EU 집행위의 보고서를 두고 기업결합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EU는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6개월 만에 승인하는 등 속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이번 EU 집행위 결정과 관련 "통상적인 절차"라며 "최종 승인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두 기업 결합하면 가격 오른다"

EU 집행위원회는 17일(현지시각) 보고서를 통해 "두 기업 결합 시 한국-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간 운송 노선에 대해 경쟁 위축이 우려된다"며 "유럽-한국 노선 간 모든 화물 서비스도 경쟁 위축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부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대한 2단계 심층 조사(Phase 2)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EU가 내놓은 보고서 역시 2단계 심층 조사에 대한 중간 보고서 성격이다. EU의 최종 심사 결과는 오는 8월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번 EU 집행위의 결정은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비교하면 차일피일 미뤄지는 모양새다. EU 집행위는 지난 3월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했다. 인수를 발표한 지 약 6개월 만이었다. 

이에 반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 빅딜은 2년 넘게 표류 중이다. 그만큼 EU 집행위가 기업 결합으로 발생할 경쟁 제한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윤문길 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경쟁당국은 경쟁 제한성이 있는지 없는지만 면밀히 검토하는 기관"이라며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달리 심사가 늦어지는 것은) 대한항공-아시아나 항공 기업 결합에 대해 경쟁 제한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도 "이번 EU 집행위의 결정은 기업 결합에 대해 마냥 쉽게 승인 조치를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계속 미뤄지는 것은 EU의 기준에 미달할 경우 거절하겠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차원도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통상적 절차"

/사진=대한항공

한편 대한항공은 기업 결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현재 자체적으로 5개 팀을 꾸려 국가별 전담 전문가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합병 심사 기간 투입한 금액만 1000억원이 넘는다. 

대한항공은 EU의 중간심사보고 발부에 따라 일정 기한 내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오는 6월까지 경쟁제한 우려 해소 방안을 담은 시정 조치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중간심사보고서에 포함된 경쟁당국의 우려사항을 해소할 수 있도록 답변서를 제출하고 적극적인 시정조치 논의를 해나갈 것"이라며 "최종 승인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이 EU의 경쟁 제한성을 해소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유럽 노선을 일부 반납하는 것 뿐이다. 하지만 경쟁 제한성 해소를 위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노선을 외항사에 넘길 경우 애초에 기대했던 인수 시너지가 반감될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 

윤 교수는 "대한항공은 최대한 기존 노선을 유지하려 할 것이고 EU는 경쟁 제한성 해소를 위해 외항사에 운수 슬롯을 주려할 것"이라며 "만약 대한항공이 운수권을 외항사에 넘기게 되면 애초에 기대했던 시너지가 반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위해 한국을 포함한 총 14개국에 기업 결합을 신고했다. 현재는 EU, 미국, 일본의 승인만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3개국 중 어느 한 국가라도 기업 결합을 반대할 경우 합병은 최종 무산된다.

나은수 (curymero0311@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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