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사고 책임은 어디에”… 정부, ‘新디지털 질서’ 해법 논의
새로운 권리장전 수립 위한 제안 및 논의
AI 기술 신뢰 높이고, 유연한 규범체계 필요
정부가 디지털 소사이어티 전문가와 ‘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마련하기 위한 해법을 논의했다. 디지털 소사이어티는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구상에 따른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을 이행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만든 모임이다. 기술, 과학, 인문, 경제, 사회 분야 석학과 전문가 57명이 창립 회원으로 참여한 상태다.
과기정통부는 18일 서울 중구 배재학당에서 디지털 권리장전 수립을 위해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제1차 디지털 국정과제 현장간담회(시즌2)’를 진행했다. 디지털 전환(DX)이 모든 분야에서 빨라지면서 인공지능(AI), 로봇 등이 불러올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과 규범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자리다.
과기정통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일 디지털 권리장전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디지털 권리장전은 디지털 심화의 비전과 목표, 추구해야 할 가치, 쟁점 해소를 위한 공통 기준과 원칙 등 기본 방향이다. 디지털 심화는 디지털 혁신, 디지털 대전환을 통칭한다.
◇ “디지털 권리장전, 디지털 심화시대 ‘헌법’ 같은 역할”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사회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이 확산하면서 AI 기술 발전과 진흥을 높일 수 있는 수용성과 규범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라며 “디지털 권리장전은 헌법과 같은 역할로, 디지털 전환에 따른 규범체계가 각 분야에 일관되게 스며들도록 할 것이다”라고 했다.
디지털 소사이어티 라운드테이블 의장인 이원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11월 챗GPT가 나오면서 전 국민이 AI가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가져올 변화에 대한 기대와 의문,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됐다”라며 “AI 기술이 가져올 부작용과 두려움은 결국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우리 자신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추상적인 원칙 차원의 규범체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AI가 가져올 구체적인 문제나 논란에 대한 해결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라고 했다.
최문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본부장은 ‘새로운 디지털 질서의 의미와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디지털 사회를 거부할 수 없다면 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으며, 디지털 권리장전이 이런 디지털 기술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최 본부장은 “자율주행차 사고에 대한 책임은 기존 질서로는 설명할 수 없으며 한국은 지배법에 따라 운행자에 우선 책임이 있지만, 일본은 공동 책임으로 보고 미국은 주별로 책임을 다르게 본다”라며 “결국 자유, 인권, 연대를 중심으로 한 공통 가치와 실천 방안을 정립해야 한다”라고 했다.
◇ AI 신뢰 높이고, 유연하고 겸손한 디지털 권리장전 만들어야
김재인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디지털 소사이어티 기획위원회 위원)는 “디지털 기술 관련 영역이 체계적으로 분류가 되고, 분류 내에서 각 항목에 우선순위를 정해 기술적인 파급력과 현실화 가능성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라며 “체계적인 분류 내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AI가 가져올 다양한 구체적인 사례를 다룰 때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라고 했다.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디지털 소사이어티 디지털문화위원회 위원)는 AI의 신뢰 문제가 우선 순위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AI 기술 자체에 대한 신뢰와 도구로 AI를 활용하는 행위에 대한 신뢰를 확산시키기 위해 AI 이용 가치에 대한 우선순위가 정해져야 한다”라며 “자율주행이나 의료 진단 등에 활용되는 AI 이용 가치에 대한 권리장전과 함께 AI 기술이 불러올 불평등 문제를 좁힐 수 있는 접근도 필요하다”라고 했다.
유연하고 겸손한 디지털 권리장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은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디지털 소사이어티 기획위원회 위원)는 “AI 기술이 가져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이 기술을 통제하게 하거나 사람이 기술에 적극 개입하는 방법 등이 논의되고 있다”라며 “결국 사람이 기술에 개입해 기준을 세우는 권리장전을 만들 경우 가능한 많은 분야의 목소리를 듣고, 언제든지 기준과 개념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겸손한 권리장전’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
디지털 권리장전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미래세대가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디지털 소사이어티 경제융합·문화위원회 위원)는 “디지털 권리장전을 만들고 논의하고 있지만, 정작 디지털 전환의 중심에 있는 미래세대는 배제된 게 아닌가 싶다”라며 “데이터와 디지털 인재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디지털 권리장전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디지털 소사이어티 사회전환분과위원장)는 “디지털 권리장전을 구축하는 데 AI가 가져올 문제만 논의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라며 “데이터 보유, 초연결 인프라 구축, 기축 플랫폼 확보 등도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했다.
디지털 권리장전에 앞서 디지털 권리와 기본권을 정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디지털 소사이어티 경제융합·사회전환위원회 위원)는 “디지털 정보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고, 디지털 복지를 실행해야 한다”라며 “디지털 기술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 등을 포함한 디지털 기본권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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