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주의 토털풋볼] 화두는 인버티드 센터백, 승패는 간극 메우기에서
[STN스포츠] 이형주 기자 = 여기 이 자리서 전술적 담론이 펼쳐진다.
매주 전 세계에서 수백 개의 축구 경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그 중에서 전술적 담론을 제시할 수 있는 경기는 일부에 불과하다. STN스포츠가 해당 경기들을 전술적으로 분석하는 연재물을 준비했다.
-[이형주의 토털풋볼], 94번째 이야기: 화두는 인버티드 센터백, 승패는 간극 메우기에서
승리의 여신은 간극을 잘 메운 팀에 미소지었다.
맨체스터 시티는 18일(한국시간) 영국 노스웨스트잉글랜드지역 그레이터맨체스터주 맨체스터에 위치한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4강 2차전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4-0으로 승리했다. 맨시티는 1,2차전 합계 5-1로 결승에 올랐고 레알은 대회를 마무리했다.
레알이 너무나 무기력했다.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상대 맨시티에 큰 위협이 되지 못하고 무너졌다. 레알이 이런 경기를 펼친 것에는 전술적 요인이 크다. 레알은 2선과 3선(1선 최전방 공격수, 2선 공격 라인, 3선 미드필더 라인, 4선 수비 라인) 사이에서 간극을 메우지 못했다.
이번 4강 양 팀 간의 경기에서 전술적 화두는 맨시티가 들고 나오는 '인버티드 센터백'이었다. 간단하게 말해 맨시티의 4-1-4-1 포메이션에서 중앙에 위치한 한 명의 센터백이 순간적으로 올라가 3-2-4-1 포메이션을 만든 후 수적 우위로 상대를 폭격하는 전술을 말한다.
레알은 지난 8강서 해당 전술로 FC 바이에른 뮌헨을 침몰시킨 맨시티 상대로 1차전 아주 좋은 경기를 펼쳤다. 유기적인 선수비 후역습으로 선제골을 넣었고, 승리 직전까지 갔지만 후반 케빈 데 브라위너의 중거리슛 동점골을 맞아 1-1 무승부를 거뒀다. 그리고 이 골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1차전을 보면 레알이 잘 방어하기는 했지만 맨시티가 순간적으로 3-2-4-1 포메이션을 만들어 레알 박스 주변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갔다. 데 브라위너의 중거리슛 득점 역시 그런 상황에서 공간이 나 나왔다. 2차전에서 레알은 홈 팬들을 등에 업은, 더 익숙한 그라운드에서, 승리를 위해 더 공격적으로 나올 맨시티를 상대해야 했다.
때문에 레알은 1차전에서 들고 나온 4-3-3 포메이션이 아닌,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오게 되는데 이것이 패착으로 연결됐다.
4-2-3-1 포메이션은 포백 앞에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게 '2'에 해당하는 3선과 '3'에 해당하는 2선 사이에 공간이 생긴다는 것을 뜻한다.
이번 경기는 중원을 지배하는 자가 승리하는 경기였다. 레알의 4-2-3-1 포메이션('2'에 해당하는 3선과 '3'에 해당하는 2선 사이), 맨시티의 3-2-4-1 포메이션('2'에 해당하는 3선과 '4'에 해당하는 2선 사이)에서 어느 팀이 간극을 더 잘 메우냐가 승부의 관건이었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을 보면 승부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 없었다.
맨시티는 해당 공간의 간극을 메우며 빌드업을 하는 것에 도가 튼 선수들이었다. 절정의 폼을 자랑하는 로드리와 인버티드 센터백 존 스톤스를 중심으로 한 유기적인 움직임이 나왔다. 때문에 맨시티는 별다른 저항 없이 상대 위험 지역까지 다다랐고, 득점 기회들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레알은 달랐다. 레알은 중원에서 공을 잡을 때마다 상대의 강력한 압박에 가로 막혔다. 롱볼을 주자니 확률 낮은 공격이고, 레알의 선수 구성이 롱볼에 어울리지도 않았다. 직전 시즌 힘을 발휘했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를 중심으로 한 단신 역습도, 수비 라인이 아래로 내려가 있어 쉽지 않았다.
때문에 레알이 3선에서 2선으로 공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이를 뺏기기 일쑤였다. 더불어 어찌어찌 공을 몰고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상대 압박에 공격이 지연되거나, 상대 수비가 모두 진형을 갖춘 이후에야 공격을 시도할 수 있었다.
맨시티는 레알 진영을 자신들의 놀이터로 뛰놀며 레알 수비를 헤집었다. 반면 레알은 공을 전진시키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으며 이렇다할 기회조차 만들지 못했다. 전반 20분 경까지는 티보 쿠르투아 골키퍼의 경이적인 선방으로 버텼던 레알이지만 결국 무너졌다. 이는 맨시티의 4-0이라는 대승으로 연결됐다.
맨시티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탁월한 전술에 뛰어난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반면 레알은 상대와의 전술 싸움에서 완벽히 패배한데다, 선수들의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선수들이 부담해야 하는 몫도 컸다. 이는 경기를 일방적으로 흐르게 했고, 한 팀은 결승행을 한 팀은 탈락을 당하는 결과를 남겼다.
1년 전 패배에 대한 복수에 성공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영국 언론 BBC를 통해 과르디올라 감독은 "집에서 우리는 편안함을 느낀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지난 시즌에 일어났던 일(레알에 막판 역전패) 때문에 1년 동안 가슴에 응어리가 진 느낌이이었다. 오늘 모든 것이 내려갔다"라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이어 " 이 승리는 많은 칭찬을 받을 것이지만, 동시에 결승이 있다. 우리는 정신적으로 준비할 시간을 가지고 있다. 잘 준비하겠다"며 결승전을 정조준하는 말을 덧붙였다.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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