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극초음속 미사일 연구자들 반역 혐의 체포…과학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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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 관련 기초 연구자들까지 잇따라 반역 혐의로 체포했다.
과학자들에 대한 잇단 반역 혐의 조사는 러시아가 가장 앞서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 등 국방 분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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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항공우주 기술의 기반 무너질 판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 관련 기초 연구자들까지 잇따라 반역 혐의로 체포했다. 동료 과학자들은 이례적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17일 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에 있는 ‘흐리스티아노비치 이론·응용 역학 연구소’의 소장 등 소속 과학자 3명이 반역과 관련해 심각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확인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이들과 관련해 동료들이 탄원서를 발표한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 사건은 보안당국이 다루고 있으며 이들은 아주 심각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소는 러시아의 공기역학 관련 주요 기초 연구 기관이다.
러시아 당국이 이들에 대해 반역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연구소 동료들이 15일 공개편지를 통해 이들의 무고를 주장하면서 표면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연구소 누리집을 통해 공개한 편지에서 알렉산드르 시플류크 연구소 소장, 공기역학 전문가 아나톨리 마슬로프와 발레리 즈베긴체프가 지난 1년 사이에 반역죄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마슬로프는 지난해 6월 말 중국에 극초음속 연구 자료를 넘겨준 혐의로 체포됐으며 시플류크 소장은 그해 8월 초 체포된 것으로 보도됐다. 즈베긴체프의 체포 사실은 이번에 처음 외부에 공개됐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즈베긴체프가 이란의 한 학술지에 기체역학 논문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체포됐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시플류크와 마슬로프는 2012년 프랑스 투르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설계 실험 결과를 발표한 과학자들이라고 전했다. 두 사람은 즈베긴체프와 함께 2016년에 출간된 책에 극초음속 미사일 관련 부분을 맡아 저술하기도 했다.
연구소는 공개편지에서 “이들이 애국적이며 점잖은 사람들임을 잘 알고 당국이 의심하는 일을 할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최근 몇년 동안 이들이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은 기초 과학과 관련된 것들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조직의 전문가 위원회에서 (외부 유출이) 제한되는 정보가 있는지 반복적으로 확인했다”며 “이들이 공개한 자료는 국가 안보를 해칠 수 없을 뿐 아니라 세계에 러시아 과학의 명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자들은 “우리는 동료들의 운명만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 최고의 학생들이 과학계를 떠나고 있어 미래 항공우주 기술의 토대가 되는 과학 분야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연구자들은 공기역학 분야만 위기에 처한 게 아니라며 지난해 7월 당국에 체포된 직후 암으로 숨진 이 연구소 소속 양자광학 전문가 드미트리 콜케르도 거론했다.
과학자들에 대한 잇단 반역 혐의 조사는 러시아가 가장 앞서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 등 국방 분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마하 9(시속 약 1만1천㎞) 이상의 속도를 내는 극초음속 미사일 ‘치르콘’을 지난 1월 실전에 배치했고, 최근에는 공대지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우크라이나 공격에 동원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며 이를 통해 서방의 방공망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달 들어 잇따라 미국이 제공한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을 통해 킨잘을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히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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