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념식, 여야 정치인 대거 참석…'개헌' 두고는 온도차

공식영상, 낭독문에도 尹이 강조한 "자유민주주의" 등장…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도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윤석열 대통령 등 3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 국립6.18민주묘지에서 18일 엄수됐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2년 연속 대통령실·정부 인사들과 함께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하얀 소복, 검은 양복을 입은 5월 유족들과 함께 입장한 그는 기념사에서 "오월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이고 우리가 반드시 계승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며 "우리가 오월의 정신을 잊지 않고 계승한다면 우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든 세력과 도전에 당당히 맞서 싸워야 하고 그런 실천적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尹대통령 "자유민주주의·경제적 번영이 '오월 정신' 구현하는 길")

기념식 후 5.18 묘역을 방문한 윤 대통령은 묘역에 안장된 유공자 전영진·김재영·정윤식 열사의 묘역을 참배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전영진 열사의 부모님에게 윤 대통령은 "자식이 전쟁에 나가서 돌아오지 않아도 가슴에 사무치는데, 학생이 국가권력에 의해 돌아오지 못하게 돼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프시겠냐"고 위로의 말을 전하며 손을 맞잡았다. 정윤식 열사의 형이자 전 유족회장이며 본인도 5.18 유공자인 정춘식 씨는 윤 대통령의 손을 잡고 "43년 만에 대통령이 묘소를 찾아줘서 동생이 소원을 풀었다"고 감사를 전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윤 대통령은 "가족들이 묻혀있는 묘지를 찾아온 유가족들이 도시락도 드시고 쉬실 수 있도록 (묘역 입구의) 민주관 쉼터를 확장해 공간을 확보해드리도록 하라"고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에게 지시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김진표 국회의장, 김기현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등을 포함한 각 당 의원들이 참석했다. 이재명 대표와 이정미 대표 등은 윤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김 대표와 이재명 대표는 바로 옆자리에 앉았는데 기념식 중간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앉아있는 모습도 보였다.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추경호 경제부총리,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등 정부 요인들도 참석했고,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김영록 전남도지사 등 광역단체장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대통령실에는 김용현 경호처장, 이진복 정무수석,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안상훈 사회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한오섭 국정상황실장 등이 윤 대통령을 수행해 참석했다. 

5.18민주유공자 및 유족, 오월의 어머니회, 황일봉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 학생 등 340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열린 기념식에서는 공식 영상, 유족·국민 인터뷰 영상이 상영됐고,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후손들이 '오월 정신 국민과 함께'라는 낭독문을 읽기도 했는데, 공식 영상과 낭독문에서 "자유민주주의"를 5.18민주화운동에 나선 시민들이 지키려던 주요 가치로 언급한 점도 눈에 띄었다.

기념식 말미에는 보수정부에서 문제가 되곤 했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문제 없이 이뤄졌다. 5.18민주화운동에서 희생된 젊은이의 혼이 어머니를 찾아 하는 말을 사투리 가사로 담은 <엄니>, 고립된 광주에 바쳐진 <바위섬> 등 다른 노래 공연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씨에도 우의를 입지 않고 검은 양복 차림으로 행사를 끝까지 지켜봤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때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오른손 주먹을 쥐고 흔들면서 노래를 끝까지 따라 불렀다.

윤 대통령과 함께 입장한 5.18 유족들은 행사장 맨 앞자리에 앉았는데, 행사 도중 눈물을 훔치곤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오월 어머니들과 함께 5·18 민주화운동 43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기념식을 앞두고 여야 정치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광주를 찾아 5.18민주화운동을 기리고 지역 민심 구애에 나섰다.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은 이날 특별 KTX열차를 타고 대거 광주를 찾았다. 최고위원회의도 광주에서 열렸다. 현장 최고위 회의에서 김 대표는 "5월 정신은 대민의 소중한 역사이자 자산"이라며 "우리 국민의힘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우리 당의 진심이 훼손되거나 퇴색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5월 정신 앞에 정치가 있을 수 없다"며 "민주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을 특정인이나 특정 그룹의 정치적 전유물로 여겨서도 안 될 것"이라고도 했다.

김 대표는 "'약무호남 시무국가,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이순신 장군 말씀"이라며 "우리 국민의힘은 '약무호남 시무국민의힘'이라는 마음으로 앞으로 더 호남 시민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난 김 대표는 이재명 대표가 요구한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 "대통령 공약이기도 하고 우리 당이 갖고 있는 입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만 시기와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실천적 방안을 잘 찾겠다"고만 답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호남 발전을 위해 여러 공약을 드렸고 속도의 차이는 있으나 하나하나 착실히 이행하고 있다"며 "광주복합쇼핑몰 공약은 대기업이 앞다퉈 진출하는 등 이미 상당한 진전을 이뤄내고 있다. 광주를 글로벌 미래차 생산기지로 육성하는 일에도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지역 민심 호소에 나섰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5.18 묘역을 찾은 뒤 페이스북에 "43년 전 오늘 광주의 역사, 대한민국의 역사를 잊지 않는다"며 "열사들의 유지를 받들어 민주와 공화의 정신이 꽃피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겠다"고 썼다.

민주당 의원 20여 명도 전날부터 광주를 찾아 5.18 묘역 참배, 전야제 참석, 청년 정치인 만찬 간담회 등 일정을 소화했고, 이날 기념식에는 더 많은 의원이 참석했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광주 방문 첫 일정으로 5.18 묘역을 찾아 1987년 민주화시위 중 경찰 최루탄을 맞아 숨진 고(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고 배은심 여사 묘역을 참배하러 가던 중 출입로 바닥에 묻힌 '전두화 표지석'을 지르밟고 지나갔다.

이 대표는 5.18 묘역에 입장하던 중 간호법 제정 손피켓을 들고 서있던 광주 간호협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2016년 쌀값 보장 촉구 시위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숨진 조 백남기 농민 묘역에서 "참 희생이 많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념식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5.18 정신 헌법 수록은 대선 당시 여야 할 것 없이 약속했던 대국민 공약이었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라며 "다음 총선에서 원포인트 개헌으로 광주 5.18 정신을 선법 전문에 수록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자고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가 폭력으로 국민이 생명을 잃는 아픈 현실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며 "건설노동자들이 기본적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단체행동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해 노동자의 권익을 확보하려 했다는 이유로 (정부가) 건설노동자를 사법적으로 탄압한 결과 건설노동자가 온몸에 휘발성 물질을 끼얹고 분신 자살하는일이 벌어졌다. 정부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