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욕심 버린 송승헌, '택배기사'의 재발견 [인터뷰 종합]

[OSEN=장우영 기자] 배우 송승헌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송승헌을 ‘택배기사’를 통해 서보였다.

송승헌은 18일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 인터뷰에서 류석 역을 연기한 소감 등을 밝혔다.

‘택배기사’는 대기오염으로 황폐화된 한반도에서 난민들에게 산소와 생필품을 전달하는 전설적인 택배기사 5-8(김우빈)과 난민 사월이(강유석)가 새로운 세계의 헤게모니를 쥔 천명그룹 대표이사 류석(송승헌)과 맞서는 일을 그린 드라마다. 이윤균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송승헌이 열연한 류석은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혼란한 세상에서 산소를 무기로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의 유일한 후계자다. 송승헌은 빌런 ‘류석’ 역을 맡아 강렬한 눈빛과 깊은 연기 내공으로 극의 긴장감을 책임졌다.

송승헌은 ‘류석’에 대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신념과 세상을 끌어나가야 한다는 책임감 등이 무겁게 다가왔다. 류석이 생각하기에 모든 난민을 이동시키는데 있어 모두 데리고 갈 수 없다는 자체 판단을 했지만 그 판단이 옳다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 희생을 요구하는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이 친구가 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최선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아쉽기도 하고, 외로워보이기도, 안쓰러워보이기도 했다. 선천적인 병이 있어서 삶에 대한 연장 본능도 있었다. 단순히 봤을 때는 악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연민이 갔다”고 말했다.

이어 류석의 과거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캐릭터에 대해서 어떤 작품이든 아쉬움이 남지만, ‘택배기사’에서는 감독님과 이야기했을 때는 지금에는 구현이 안됐지만 예전에 시나리오 이야기를 하고 기획 단계에서는 류석의 아버지 이야기 때부터 시작된다. 류석의 서사가 설명이 되어 있는데, 한정된 분량 안에 모든 세계를 담아야 해서 류석으로서는 아쉽지만 과거는 제외하고 현재부터 시작하게 됐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살짝 아쉽지만 선택과 집중에 있어서는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택배기사’ 원작을 보지 않은 송승헌은 ‘류석’을 어떻게 해석하고 다가갔을까. 그는 “대사 후반부에 있어서도 ‘모두가 만족하는 세상은 없다’고 한다. 현실에서도 모두가 만족하는 세상은 없다. 류석이 가지고 있는, 처한 현실의 상황,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점을 표현하기 위해서 조금 더 냉정하려고 했다. 그 안에서 정당화시키는 건 말이 안되지만,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특히 송승헌은 “내가 메인이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했다면 참여하지 못했을 거다.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가장 컸고, 다시 뭔가를 만들어보자는 생각 속에서 어떤 캐릭터든지 같이 하고 싶었다. 신뢰와 우정 그리고 재회가 더 컸다. 연기할 캐릭터가 빌런이라는 점에 대해서 거부감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송승헌은 ‘택배기사’에서 김우빈과 호흡을 맞췄다. 송승헌은 김우빈에 대해 “너무 인간미가 없다. 너무 완벽하다”라며 “김우빈에 대해 나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현장에서 만났을 때 기본적으로 갖춰진 게 너무 멋있는데 성실하고 바르다. 가식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 괜찮았다. 일관적인 걸 보고 더 괜찮은 친구이면서 부족한 게 뭘까 싶었다. 배우를 떠나서 인간으로서 너무 괜찮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송승헌의 악역 연기 속에 ‘택배기사’는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10(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송승헌은 “너무 감사드린다. 감독님, 배우님 모두 걱정 많았는데 감사드린다. 웹툰을 보신 분들과 해외에 계신 분들의 성향이 다른 것 같다. 웹툰 보시는 분들은 다른 부분을 원하신 것 같고, 해외에 계신 분들은 시원함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살짝은 성향이 다른, 온도차가 다르다고 느끼고 있다. 그래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느덧 데뷔 28년차 송승헌.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좋아해준 팬의 결혼식에 참석했던 일화를 밝히며 “0년 전에 교복을 입고 있었던 팬이 이제 결혼을 하는 걸 보니 여동생을 시집 보내는 오빠의 느낌이 이런 감정일까 싶었다. 순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신인 때부터 지금까지도 여전히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감사하다”며 “당시에는 그걸 잘 몰랐다. 20대, 30대는 그냥 흘러온 것 같은데, 얼마 전에 제작발표회에서 오래된 팬 분들을 볼 때마다 내 자신을 반성하고 채찍질한다. 같이 나이 들어 가는 게 고맙고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송승헌은 또 다른 송승헌을 보여주고자 하는 열정으로 가득하다. 그는 “내가 어떤 캐릭터에서 장점을 발휘하는지 모르겠지만, 어떤 작품이든 노력하려고 하고 있다. 하고 싶은 게 많다. ‘택배기사’ 류석은 악역으로, 기존 송승헌의 이미지와는 다르다”며 “20대, 30대 때는 연기하는 게 일이라고 느껴져서 재미가 없었다. 연기자를 꿈꾼 것도 아닌데 갑자기 캐스팅 되어서 일을 시작했다. 흥미를 못 느꼈었는데 거짓말 같지만 최근 10년부터 현장이 편해지고 재밌다. 어렸을 때 이랬다면 더 좋은 배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요즘은 안 했던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 개봉을 앞둔 영화에서도 파격적인 캐릭터가 있다. 안 했던 캐릭터들을 앞으로 더 해보고 싶다. 송승헌이 가진 정형화 된 캐릭터가 있는데, 그걸 깨고 싶다”고 말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