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정지 중 또다시 정지 처분…법원 "법률 근거 없다면 위법"

김정화 기자 2023. 5. 1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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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정지 처분 기간 중 마약류 약품 처방을 이유로 의사에게 법률상 근거 없이 재차 마약류취급 업무정지 처분을 했다면 이는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어 "처분은 마약류 업무를 일정 기간 정지하는 것으로 A씨의 재산권, 직업의 자유를 직접 제한하는 침익적·제재적 행정처분에 해당하므로 법률상 명시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처분은 법률상 근거 없이 이뤄졌으므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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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이무열 기자 =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전경사진. 2021.04.23. lmy@newsis.com


[대구=뉴시스] 김정화 기자 = 업무정지 처분 기간 중 마약류 약품 처방을 이유로 의사에게 법률상 근거 없이 재차 마약류취급 업무정지 처분을 했다면 이는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구지법 행정단독(판사 허이훈)은 원고 A씨가 피고 달서구보건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대구에서 산부인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 A씨는 지난해 3월7일 달서구보건소에 사용기한이 지난 향정신성의약품 프로포폴을 사용한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

이에 달서구보건소는 A씨에 대하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마약류취급 업무정지 1개월 처분을 했다.

업무정지처분 기간 중 A씨는 자신의 딸에게 마약류 약품을 처방해 마약류취급 업무했다. 이를 인지한 달서구보건소는 처분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 절차를 거쳐 A씨에 대해 ‘업무정지처분 기간 중 정지된 업무를 실시했음’을 이유로 마약류 취급 업무정지 12개월 처분했다.

A씨는 "처분은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입게 될 불이익이 훨씬 크다 할 것이어서 재량권을 일탈 및 남용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에 관해 살펴볼 필요 없이 처분은 '법률유보'의 원칙에 반해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달서구보건소가 법률상 근거로 주장한 마약류관리법 제44조 제2항에 대해서도 제1항에서 정한 처분사유에 해당함을 전제로 그에 관한 행정처분의 기준만을 총리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는 규정으로 처분의 법률상 근거가 될 수 없다고도 봤다.

헌법상 법치국가 원리에서 비롯된 '행정이 법률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는 법률유보(法律留保)의 원칙은 국민(개인과 법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이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과하는 행정권의 발동은 반드시 국회의 의결을 거친 법률에 근거를 둬야 한다는 원칙이다.

재판부는 "업무정지처분 집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업무정지처분 위반에 대한 행정제재의 필요성은 인정되나 마약류관리법에는 입법의 미비로 그에 관한 규정이 흠결된 것으로 보인다"며 "법률유보의 원칙에 따라 제재의 필요성만으로 법률상의 근거 없이 제재처분을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처분은 마약류 업무를 일정 기간 정지하는 것으로 A씨의 재산권, 직업의 자유를 직접 제한하는 침익적·제재적 행정처분에 해당하므로 법률상 명시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처분은 법률상 근거 없이 이뤄졌으므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g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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