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전략 조정중…독 ‘영리한 디리스킹’, 프 ‘자율성’, 영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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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개 회원국이 모인 유럽연합(EU)은 중국과 '디커플링'(관계분리)이 아닌 '디리스킹'(위험완화)을 통해 관계를 재조정하자고 의견을 모았지만, 회원국마다 입장은 조금씩 다르다.
유럽연합을 이끄는 독일은 연정 내 이견으로 고심 중이고, 프랑스는 미국과 차별화된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이 최근 '디리스킹'이라는 개념을 내놓은 뒤 올라프 숄츠 총리도 9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대중 전략으로 "영리한(smart) 디리스킹"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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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개 회원국이 모인 유럽연합(EU)은 중국과 ‘디커플링’(관계분리)이 아닌 ‘디리스킹’(위험완화)을 통해 관계를 재조정하자고 의견을 모았지만, 회원국마다 입장은 조금씩 다르다. 유럽연합을 이끄는 독일은 연정 내 이견으로 고심 중이고, 프랑스는 미국과 차별화된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유럽연합 밖에 있는 영국은 유럽 내 대중 강경 여론을 주도하다 최근엔 유럽연합의 접근법에 수렴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럽연합 내 논의를 주도하는 것은 독일이다. 2021년 말 들어선 독일의 ‘신호등 연정’(사회민주당·녹색당·자유민주당)은 지난해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뒤 재앙 수준의 위기를 경험했다. 러시아에 대한 지나친 에너지 의존이 초래한 결과였다.
이에 대한 반성에서 독일은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반도체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의 의존을 낮추는 ‘선별적 디커플링’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이 최근 ‘디리스킹’이라는 개념을 내놓은 뒤 올라프 숄츠 총리도 9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대중 전략으로 “영리한(smart) 디리스킹”을 강조했다. 전략적 부분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축소하거나 재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연정 내 이견으로 속내는 복잡하다. 독일은 올해 초 새 중국 전략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중국과 디커플링은 없다’는 큰 틀의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세부 내용을 두고 원칙론을 내세우는 녹색당과 온건한 입장의 사민당 사이에서 진통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미국에 맞서 프랑스와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4월 초 미국 <폴리티코> 등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사태와 거리를 두고, 유럽은 미국의 “속국”이나 “추종자”가 아니라고 말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공개한 국가안보전략인 ‘국가전략개념’에서 “중국은 국제 질서에서 서구의 지도력이 저하하고 있고, 한층 더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경계감을 드러낸 바 있다. 결국, 프랑스가 중국에 치우쳐 대만 사태를 방관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미국과 차별화된 프랑스만의 ‘제3의 길’을 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독자적 핵 능력을 갖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자기만의 카드’를 갖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셈이다.
유럽연합 밖에 있는 영국은 3월 발표한 ‘2023년 외교·안보 전략 통합 검토 보고서’에서 중국을 “정부 정책과 국민의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획기적이고 ‘체제적인 도전’이자 ‘위협’”으로 정의했다. 2년 전 같은 보고서가 중국을 ‘체제 경쟁자’로 정의한 것보다 더 부정적으로 바뀐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3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영국은 중국을 장기적이고 결정적인 경쟁자로 간주하는 미국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영국은 2021년 9월 미국·오스트레일리아와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동맹 오커스(AUKUS)도 결성했다.
하지만 최근엔 중국과 관계 단절이 아닌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임스 클레벌리 외교장관은 지난 4월 런던 맨션하우스에서 한 연설에서 △기후변화 △전염병 예방 △경제 불안정 △핵확산 등 전세계가 마주하는 중요한 문제를 “중국 없이 풀어낼 수 없다”며 중국에 “건설적으로 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유럽연합의 대중 접근법에 수렴한 것이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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