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새도 노래를 진화시키는데…

방민준 2023. 5. 18. 12: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구력 20~30년이 되었는데도 골프 스윙에 결코 도움이 안 되는 괴기한 동작을 버리지 못하는 아마추어들이 의외로 많다. 내가 나가는 동네 골프연습장의 경우만 해도 1~2층 24개 타석 중 최소한 10개 타석의 주인공들은 '이미 습관으로 굳어서' 스윙을 스스로 고칠 수 없다는 사람들이다. 거의 매일 연습장에 나와 타성적인 스윙으로 기계적으로 열심히 공을 때려 내지만 스윙의 개선을 체험하는 경우는 극소수다.



 



보기에 안타까워 몇 마디 조언하면 "몸이 굳어 뜻대로 안 되는 걸 어떡하겠어요. 그냥 운동 삼아 하는 거지요 뭐."하고 흘려 넘긴다. 한 동작만 고치면 골프가 달라질 것 같아 조심스럽게 조언하면 "저도 그걸 잘 아는데 이미 습관으로 굳어서 고쳐지지 않으니 저도 답답합니다"고 대답한다. 
60~70대에 접어들었다면 나이 탓을 하며 몸이 굳어 스윙 개조가 어렵다 해도 40~50대가 '습관, 버릇 타령'을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아파트단지 내 숲길이나 야산 산책길을 걷다 보면 들리는 새소리가 예전과 다름을 실감한다. 마치 동남아의 어느 숲에 들어선 듯 들어보지 못한 새소리를 자주 듣는다. 기억에 남은 우리 새소리라면 기껏 참새 뻐꾸기 비둘기 멧새 두견이 까치 쏙독새 동박새 개개비 휘파람새 댕기물떼새 울새 물레새 되지빠귀 꾀꼬리 정도인데 요즘엔 전혀 들어보지 못한 새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외래종을 애완용으로 키우다 방사했나 하는 생각도 들 정도다.



 



새소리를 유심히 듣다 보니 새의 노래도 진화한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되살아났다. 흔히들 동물은 타고난 본능에 따라 정해진 행동만을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동물들도 유전자에 의한 '생물 진화'뿐만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환경 변화에 적응하면서 '문화 진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캐나다의 공동 연구진이 새들의 노랫소리에서 문화 진화의 증거를 발견해 화제가 됐었다. 1980년부터 2011년까지 30년 동안 녹음된 수컷 초원 멧새(Savannah sparrow)의 소리를 분석해 노래의 변화가 일어났음을 발견한 것이다. 특히 달라진 노랫소리를 부른 수컷은 암컷에게 선택될 확률이 높아 더 많은 자손을 퍼뜨렸음이 확인되었다. 연구진은 "시대에 따라 대중가요의 유행이 바뀌듯 새들의 노랫소리도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미국과 캐나다의 동부 국경지대에 있는 펀디만 외곽의 작은 섬 켄트에 서식하는 참새목 멧새과의 초원 멧새 등 새들의 노래를 소노그램이라는 초음파 음향기록장치를 이용해 30년 동안 녹음해 분석했다. 수컷 초원 멧새는 태어난 첫해에 아버지나 주변 수컷 새에게서 배운 노래를 부르는 데 암컷은 수컷의 노래를 듣고 수컷의 건강상태를 판단해 선택적으로 짝짓기를 허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슷한 노래지만 수컷은 암컷의 마음에 드는 노래를 부르기 위해 변화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번식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으로 치면 가수가 부른 대중가요의 원본이 존재하고 대중들이 노래방에서 상대의 호감을 사기 위해 나름의 스타일로 부르는 격이다.
조사 결과 노래에 변화를 준 수컷은 암컷으로부터 선택되는 확률이 높아져 번식 성공률도 높고 개체 증가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새도 번식을 위해, 종의 보존을 위해 노래의 변화를 꾀하는데 지구촌 최고의 고등동물인 인간이, 그것도 불가사의한 골프를 하는 사람들이 습관이나 나이를 핑계 대고 스윙 진화를 외면한다는 것은 생각해볼 일이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Copyright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